재판소원 시행 첫날 4건 접수
1호는 시리아 국적 외국인 강제퇴거.보호명령 취소 사건
법원장 12.13일 대응 방안 논의…시행초기 혼란 불가피
재판소원제가 즉시 시행되면서 첫날 오전 9시 현재 4건의 재판소원 사건이 접수되는 등 사건이 폭증할 전망이다.
12일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가 즉시 시행되고, 대법관 증원도 2028년부터 3년간 순차적으로 증원되는 법률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사법부가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2일과 13일 이틀간 열리는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사법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 시행에 대한 후속 조치를 논의한다. 헌법재판소도 심판규칙 개정안을 공포하고, 재판소원 급증에 대비해 사전심사부를 구성하는 등 준비에 나서고 있다.
1987년 개헌 이후 현행 헌법 체계에서는 약 40년간 유지돼온 사법 기능의 대개편이어서 시행초기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소장 김상환)는 12일 오전 9시 현재 전자헌법재판센터(온라인)에 4건의 재판취소 사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제1호 사건은 이날 0시 10분에 온라인으로 시리아 국적 외국인이 청구한 것으로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 취소 사건이다. 제2호 사건은 0시 16분에 납북귀환어부 유족이 제기한 형사보상 지연 국가배상청구 기각 취소 사건이다.
재판소원제가 시행되자 마자 재판취소 청구 사건이 잇따르면서 재판소원 사건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충북 제천 포레스트 리솜에서 비공개로 정기 전국 법원장 간담회를 개최한다. 간담회는 이튿날인 13일까지 진행된다.
김시철(사법연수원 19기) 사법연수원장 주재로 전국 각급 법원장 45명과 법원행정처 기우종(26기) 차장, 실·국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간담회에 들러 인사말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간담회 안건은 △사법제도 개편에 대한 후속 조치 방안 △법왜곡죄에 따른 형사법관 지원 방안 △대국민 사법 서비스 접근성 제고를 위한 인공지능(AI) 개발의 필요성과 단계적 추진 과제다.
총 3가지 안건 중에 사법 3법과 관련한 2가지를 이날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간 법원행정처 실·국장과 전국 법원장들이 사법 3법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함에 따라 어떤 결론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입법 과정에서 제기된 ‘4심제’ 우려나 하급심 부실화, 법관 직무수행 위축 등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세부 설계 없이 법이 시행되며 발생할 혼란을 어떻게 막을지는 풀어야 할 숙제다.
법원행정처는 이날 간담회 종료 뒤 보도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0시 관보를 통해 △법 왜곡죄를 신설한 ‘형법 일부개정법률’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 △대법관 증원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을 공포했다.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정 법률안을 의결한 지 일주일 만이다.
개정 형법에는 판사와 검사가 재판이나 수사 과정에서 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할 경우 처벌하는 ‘법 왜곡죄’ 조항이 신설됐다. 판·검사가 타인에게 위법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침해할 목적으로 법을 왜곡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법령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거나, 적용해야 할 법령을 의도적으로 적용하지 않아 재판이나 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또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위조·변조하거나 위조된 증거를 사용하는 행위도 처벌될 수 있다.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사용하거나 적법한 증거가 없음을 알면서도 범죄 사실을 인정한 경우 역시 처벌 가능 행위로 규정됐다. 다만 합리적인 법령 해석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재량적 판단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 개정으로 재판소원 제도도 도입됐다. 기존 헌재법 68조 1항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문구가 삭제되면서 확정된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게 됐다.
재판소원은 △헌재 결정과 배치되는 취지로 재판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 청구할 수 있다. 다만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며, 그 이후의 판결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
헌재가 기본권 침해를 인정할 경우 확정된 판결을 취소할 수 있다. 다만 이는 헌법심에 해당해 사실관계 판단이나 법률 적용에 대한 일반적인 불복 절차나 재심과는 구분된다. 헌재는 “사실관계 인정이나 법률의 개별적 적용에 대한 불복 절차가 아니다”라며 “법원은 법률심, 헌재는 헌법심”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날 재판소원 제도 시행에 맞춰 ‘헌법재판소 심판규칙’ 개정안도 관보에 함께 공포했다. 개정 규칙에는 헌법소원심판 청구서의 기재 사항과 첨부 서류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법조계에선 제도 시행으로 재판 당사자 대부분이 사건을 헌재로 가져가 분쟁이 장기화하고 소송 당사자의 고통과 비용이 늘어나며, 헌재의 업무처리에 과부하가 걸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헌재는 1년에 재판소원 1만~1만5천건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접수된 헌법소원 사건 수(약 3천건)의 무려 3~5배에 달하는 전망치다. 이는 헌재의 현재 사건 처리 역량을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헌재는 최근 헌법소원을 수백건씩 접수하는 청구인의 전자계정을 정지하는 등 남소 방지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헌재의 재판 취소 결정 이후 절차 마련은 시급히 해결할 과제로 꼽힌다. 헌재는 ‘기본권 침해가 이뤄진 재판’을 취소하면 해당 재판의 효력이 상실되므로 그 단계에서 다시 재판하면 될 일이라는 입장이지만, 당장 법원 내부에 ‘헌재에서 취소된 재판’을 다시 다루는 법적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대법관 증원 내용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공포 후 2년이 지난 뒤 시행된다. 이에 따라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수는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증원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2028년 3월 4명, 2029년 3월 4명, 2030년 3월 4명의 대법관이 순차적으로 추가된다.
1987년 개헌 이후 40년간 유지된 사법 시스템에 대대적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제도 시행 초기 혼란과 부작용 우려와 함께 구체적 제도 운영방안 마련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국 각급 법원의 사법행정을 총괄 주관하는 법원행정처도 사법 3법 관련 태스크포스(TF) 구성을 비롯해 내부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법원 내부에선 법왜곡죄 고소·고발만으로도 법관의 직무수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와 적용 대상인 형사법관 지원 방안을 논의할 TF 구성을 검토 중이다. 행정처는 또 각 실·국에 재판소원 시행 시 기존 사법 체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도 정리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