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년 기능인 사라진 건설산업 ‘기술 단절’ 재앙 온다

2026-03-13 13:00:01 게재

리처드 세넷은 ‘장인’에서 장인정신을 보상보다 “일을 제대로 해내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 충동”에서 찾았다. 손으로 만드는 일은 단순 노동이 아니라 머리와 감각, 책임이 함께 움직이는 작업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오늘의 건설현장을 보게 한다. 건설은 손으로 배우고 몸으로 익혀야 하는 산업이다. 철근을 엮고 마감의 수평을 맞추고 현장의 변수를 읽어내는 일은 판단과 감각, 책임이 함께 작동하는 숙련의 세계다. 인공지능(AI)이 도면을 돕고 디지털 기술이 공정을 바꾸더라도 마지막 품질과 안전을 가르는 것은 현장을 읽고 판단하는 사람의 숙련이다. 건설산업의 미래가 장인의 손끝에 달려 있는 이유다.

청년이 건설업에 진입하지 않는 이유

문제는 그런 장인이 자연스럽게 길러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건설기능인력의 평균연령은 51.8세이고, 50대 이상 비중은 2010년 48%에서 2020년 78%로 높아졌다. 숙련을 축적해 온 세대는 떠나고 있지만 그 자리를 이을 청년층의 유입은 충분하지 않다. 그 사이 외국인 노동력 의존은 커지고 있다. 물론 외국인 노동력은 현장을 지탱하는 축이다. 그러나 한 나라의 기능기술 기반을 외부 인력에만 기대어 유지할 수는 없다. 숙련의 전승과 세대교체는 우리 사회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제를 외면하면 한국 건설산업은 인력난을 넘어 기술 단절의 위험에 빠지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청년들이 건설 기능기술인의 길에 들어설 이유를 충분히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와 훈련기관, 현장은 존재하지만 그 사이를 잇는 경로는 여전히 허술하다. 건설분야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공공훈련기관, 현장훈련이 따로 작동하는 동안 청년들은 기술을 배우면 어떤 미래가 열리는지 선명하게 보지 못한다. 기술을 익혀도 고용이 불안정하고 숙련이 쌓여도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청년에게 미래가 보이지 않는데 누가 힘든 훈련과정을 견디며 기능기술인의 길로 들어서겠는가? 세대교체가 어려운 이유는 청년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국가와 산업이 그 길을 믿을 만한 사다리로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 모방 넘어 공공자산이란 철학 배워야

독일 등 선진국은 다른 길을 보여준다. 이들 국가는 기능인력 양성을 개인의 선택에만 맡기지 않는다. 독일 건설업은 3년 직업교육을 기업과 학교, 공동훈련으로 촘촘히 엮고 숙련 형성과 고용안정을 산업 차원의 시스템으로 떠받친다. 훈련은 개인의 모험이 아니라 산업의 기반이며, 청년은 값싼 보조인력이 아니라 미래 숙련인력으로 대우받는다. 학교와 기업, 공동훈련체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교육훈련에서 취업과 경력 형성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떠받치는 것이다. 숙련은 개인이 버티며 얻는 생존 기술이 아니라 산업과 사회가 함께 지켜야 할 공공적 자산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AI와 디지털 전환으로 산업현장의 일하는 방식이 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럴수록 숙련된 기능기술인, 즉 블루칼라의 가치는 다시 봐야 한다. 단순 반복 업무는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현장의 변수에 대응하고 공정을 이해하며, 디지털 기술과 실제 기술을 연결하고 품질과 안전을 판별하는 일은 더 높은 수준의 숙련을 요구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고숙련 기능기술인이 더 필요해지는 것이다.

청년 기능인력 양성, 국가 산업정책이자 미래전략

바로 이 점에서 청년 기능인력 양성은 산업정책이자 미래전략이다. 국가가 결단해야 한다. 첫째, 청년 기능기술인력 양성을 교육·고용·산업정책이 따로 다루는 주변 과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둘째,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공공훈련, 현장실습을 하나의 연속된 진입경로로 설계해 청년이 기능기술을 배우고 숙련기술인으로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숙련이 임금과 경력, 고용안정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 “배우면 미래가 있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넷째, 공공발주와 산업정책도 청년을 채용하고 숙련을 축적하는 기업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능기술인력의 세대교체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청년이 숙련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문을 열고 버틸 수 있도록 보호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내는 일은 국가의 책임이다. 장인을 키우는 사회만이 품질과 안전, 미래 산업의 경쟁력을 지킬 수 있다. 청년을 건설 숙련기능기술인으로 키워 세대교체를 이루는 일, 그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의 의무다.

송낙현

충남대 건설공학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