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도덕성’ 깨졌나…22대 4명째 ‘의원직 상실’
10년 만에 ‘무공천 원칙’ 없애 ‘무반성’ 기조
문제 생기면 출당 등 조치, ‘꼬리자르기’ 논란만
“이재명정부 들어 도덕성보다 국정운영 능력으로”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진영이 오랫동안 내세워왔던 ‘도덕성’이라는 정체성이 사실상 깨졌다는 진단이 나와 주목된다. 22대 국회 들어서만 4명이 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었는데 모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진보진영 소속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21대 국회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탈당을 유도하거나 제명하는 방식으로 ‘꼬리 자르기’에 주력하고 귀책사유때 공천을 하지 않는 당헌당규를 폐기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외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양문석 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이 선고되면서 현재까지 확정된 6.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역구는 경기 안산갑을 포함해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5곳이다.
22대 국회에서 양 전 의원은 사기혐의에 대해 확정판결을 받았고 이병진 전 의원은 재산 축소신고한 게 유죄로 결론났다. 신영대 전 의원은 선거 캠프 사무장의 징역형 집행유예로 의원직을 내놔야 했다.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었다.
이에 앞서 22대 국회 들어 첫 의원직 상실을 받은 의원은 조 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였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에 관여한 게 유죄로 확정됐다.
조 전 대표는 이재명정부가 들어선 이후 특사로 풀려났고 이번 6.3 재보궐 선거에서 다시 ‘배지’를 달기 위한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범죄 의혹이 드러나면서 민주당에서 출당되거나 스스로 탈당한 인사는 보좌진 갑질 의혹의 강선우 의원, 자녀 편법 편입·취업 특혜 의혹의 김병기 의원, 주식 차명거래 의혹의 이춘석 의원 등으로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자녀 축의금 논란의 최민희 의원, 보좌진 성추행 논란의 장경태 의원도 ‘진보진영=도덕성’을 희석시킨 인사로 꼽힌다.
반면 현재까지 당선무효형을 받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없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고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권성동 의원은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후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21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형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의 이규민 정정순 이상직 전 의원이 법원으로부터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배지’를 잃었다. 위안부 피해자 지원금 횡령 의혹의 윤미향 전 의원은 임기 이후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이재명정부 들어 사면됐다. 박완주 의원은 보좌진 성추행 혐의로 2021년 기소돼 출당 조치됐고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이은주 정의당 전 의원은 비례대표 후보 선출 과정에서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으며 선고 직전에 의원직을 내놨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선교 전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배지’를 뗐다.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은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수령 논란으로 탈당 후 사퇴했지만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윤희숙 전 의원은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자 스스로 사퇴했다.
‘도덕성’을 정체성으로 제시해 온 민주당의 불법 의혹이 보수 진영보다 더 많이 나온다는 점과 함께 이에 대한 대응이 자진탈당, 출당 등의 조치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꼬리자르기’에 급급하며 책임론을 회피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2015년에 정치 개혁의 일환으로 ‘민주당 귀책사유로 재·보선 때 무공천’을 당헌·당규에 명시했지만 2021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 비위로 선거가 치러지자 당원 투표까지 활용해 후보를 냈다. 그러고는 2024년에 관련 조항을 아예 삭제했다.
올해 조국혁신당 등 소수정당은 민주당의 ‘무공천’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민주당은 외면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재선거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하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태도냐는 지적에 대해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절차적인 부분밖에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보수진영에 비해 진보진영이 도덕성면에서는 우월하다는 의식이 정체성처럼 굳어졌지만 최근들어서는 이런 기준들이 모두 무너지는 분위기”라며 “이재명정부 들어서는 도덕성보다는 국정운영 능력으로 진보진영의 정체성을 새롭게 잡아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