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역세권 주택 11만호 공급 추진
역세권 주택 규제 풀어 공급 확대
사업 수익성 높여 민간 참여 유도
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 공급이 다시 속도를 낸다. 서울시가 규제를 풀어 민간 참여를 끌어내는 방식으로 대규모 공급 계획을 꺼내 들었다.
17일 서울시는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운영기준’을 전면 개정하고 역세권을 중심으로 총 11만7000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역세권 주택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전반을 손질했다. 핵심은 용적률 인센티브 확대와 대상지 범위 확장이다. 기준용적률을 최대 30%까지 높여주고 소형주택을 일정 비율 이상 공급할 경우 추가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또 공시지가가 낮아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에는 보정값을 적용해 용적률을 추가 상향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대상지도 크게 넓힌다. 기존에는 지하철역 승강장 기준 500m 이내만 역세권 주택사업 대상이었지만 앞으로는 20m 이상 간선도로 교차지에서 200m 이내까지 포함한다. 이를 통해 서울 전역에서 239곳이 새롭게 사업 대상지로 편입될 전망이다. 시는 이 조치로 약 9만2000가구의 추가 공급 여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 절차는 간소화한다. 사전검토와 계획검토로 나뉘어 있던 절차를 통합해 사업 기간을 약 5개월 단축한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이번 조치는 최근 서울시가 잇달아 내놓고 있는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시는 장기전세주택 확대와 신혼부부 대상 ‘미리내주택’ 공급 계획 등을 잇따라 발표하며 주택 정책의 방점을 공급 확대에 찍고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에는 결국 충분한 공급이 필요하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책 철학이 반영된 흐름으로 해석된다.
시는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제도를 통해 지금까지 약 5만4000가구를 공급했다. 현재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사업지까지 포함하면 추가로 6만2000여가구가 추진 중이다. 이번 제도 개편으로 사업성이 개선되면 공급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게 시 관계자 설명이다.
이번 계획은 정책적 의미도 적지 않다. 최근 정부가 금융·세제 중심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상황에서 서울시는 ‘공급 확대’라는 차별화된 해법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 시장이 주택 공급 성과를 정책 브랜드로 내세우려는 의도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다만 우려도 존재한다. 역세권 개발 확대가 과도한 용적률 상향으로 이어질 경우 도시 밀도 증가와 교통·교육·환경 등 기반시설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도시개발 사업 확대 기조가 보합세에 접어든 집값 상승 기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도심 역세권에 집중되는 개발이 지역간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역세권 개발은 토지 가격이 높은 지역에 민간 사업이 몰리는 구조여서 주거안정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도시정책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책의 지속성과 균형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도시정책 전문가는 “역세권 개발은 공급 확대 효과가 분명하지만 밀도 관리와 기반시설 확충이 함께 가지 않으면 또 다른 도시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공급 속도와 도시 관리 사이 균형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은 민간의 주택 공급 역량과 공공 인센티브를 결합한 혁신적인 정책”이라며 “사업성을 담보할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시민이 선호하는 지역에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