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건강 실질 보장
장애인 다빈도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한의 ‘특효’
건강주치의제 8년째 시범사업만 반복, 확산 느려 … “복합질환자 방문진료 시 한의사 바로 처치 장점 활용해야”
이재명정부가 장애인 건강권 보장을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 중이다. 장애인 건강주치의제 강화와 통합돌봄 시행은 장애인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는데 기본 정책이 된다. 하지만 기존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검토와 선언만 열심히 하고 실질 보장은 제자리를 맴돌지 않을까 우려가 많다. 이는 지난 정부들이 보여준 장애인 건강 정책 추진 결과에 대한 불신에 따른 것이다. 이재명정부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 줄까. 의료 및 건강 정책 수요자인 장애인의 요구에 맞춰 정책을 추진함이 상식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건강 실질 보장을 위한 노력을 등한시해 왔다는 비판을 받는다. 대표적인 사안으로 장애인의 다빈도 질병 치료에 효과적인 한의 진료를 건강주치의사업에 참여 시키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장애인 건강주치의사업은 2018년 이후 시범사업만 4차례를 반복하고 있으며 중증 장애인 비율이 1.3%에 지나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장애인단체들은 “그래도 이재명정부에서는 이전 정부와 다른 변화가 있지 않을까” 아직 기대하고 있다. 복지부가 어떻게 제도를 개선 추진할 지 주목된다.
장애인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근골격계 및 결합조직 질환에 효과가 높은 한의 진료를 건강주치의제에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정부는 도입 검토만 수년째 반복하고 있다. 장애인의 건강권 보장을 사실상 방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17일 보건복지부 장애인건강보건통계(2022년)에 따르면 장애인의 고혈압 당뇨 유병률은 비장애인보다 2.5배 높다. 평균 만성질환 발생수도 4.1개로 비장애인(2.4개)을 크게 웃돈다. 장애인은 이동의 어려움과 의료진의 낮은 장애 인식 등으로 의료 접근성을 매우 낮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18년 장애 특성과 만성질환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건강주치의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8년째 시범사업만 반복하고 있고 참여율 또한 낮다.
지난해 8월 기준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에 등록한 주치의는 의과 698, 치과 778명에 불과하다. 등록의료기관은 의과 523개소, 치과 606개소이다. 등록 장애인은 1만4370명으로 의과 이용 9211명, 치과 이용 5159명이다. 중증장애인 참여율은 1.3%로 매우 적다.
이처럼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어 장애인 건강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정책 취지는 무색해지고 있다. 나아가 시군구 단위 장애인 이용 가능 의료 자원의 부실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장애인 대상 의료·요양 돌봄통합 지원사업 전망도 밝지 않게 된다.
◆한의 장애인건강주치의 신규 참여 요구 많아 = 관련해서 전문가들과 장애인 현장에서는 건강주치의제도에 한의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8월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예지 의원(국민의힘·비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등이 주최한 ‘장애인 건강주치 시범사업, 본사업을 위한 방안은’ 주제 간담회에서 호승희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 소장은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치의 등록 및 활동이 저조하고 시범사업 대상자 수 부족”이라며 “한의 건강관리의사 도입 모델 등을 신규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 소장은 “한의 분야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장애인의 일상 통증관리, 소화 및 배변 장애 개선, 수면 개선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장애인의 전반적인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윤화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이날 △다학제팀 운영 △의료취약지역 및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에 대한 지원 강화 △한의 지원 강화 △병원차량 지원 및 이용접근을 위한 편의시설 지원 등을 건강주치의 본사업을 위해 꼭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았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는 “모든 등록 장애인으로 서비스 대상을 확대하고 6년 이상 지속된 시범사업을 분석 평가해 본사업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히 한의사 물리치료사 등 다양한 직역을 참여시켜 장애인 건강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문희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인권위원장은 “장애인 입장에서 볼 때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제도의 구조와 운영이 여전히 당사자의 현실과 괴리돼 있기 때문”이라며 “다학제 협력체계를 만들고 무엇보다 장애인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방문진료 현장서 바로 진료 가능 = 이렇게 전문가들과 장애 현장에서 한의의 건강주치의 참여 요구가 높은 배경에는 한의진료가 가진 특장점이 작용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한의학연구원이 국립재활원의 연구용역을 받아 낸 ‘한의분야 장애인 건강관리의사 제도 도입 방안 연구’ 최종보고서(2023년 12월)에서는 “장애인의 다빈도 주요 질환과 한의임상 다빈도 상병은 유사한 경향을 보이며 한의사의 장애인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에 대한 장애인들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장애인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한의 분야 장애인 건강관리 서비스 마련에 대한 검토한다”며 “한의 의료서비스는 장애인의 예방적 건강 증진과 주요 질환의 치료 및 관리에 장점이 있으므로 한의학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장애인 한의건강관리의 제도 시범사업 모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국립재활원의 ‘2024년 장애인건강보건관리 연구사업’에 따르면 장애인 다빈도 질환 순위 상위 20순위 중 5개 질환이 근골격계 및 결합조직의 질환이다. 관절염은 장애인 만성질환(12가지) 중 유병률이 41.2%로 높다. 근골격계 및 결합조직 진료에 강점을 보이는 한의약의 가치가 돋보이게 된다.
실제 한의사 방문진료 현장에서는 그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 강 모씨(68세)는 2012년 발병한 척수공동증으로 인한 하지마비, 와상상태로 있다. 전주의료복지사협 건강한마을한의원 재택의료센터에서 2023년 4월부터 방문해 치료와 돌봄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마비로 하지에 감각이 없다보니 온열기에 의한 화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최근 4개월 전 대퇴부위에 욕창이 발생했다. 재택의료센터는 정기적 방문으로 화상, 욕창 치료와 보호자에게 상처관리 방법을 교육해 일상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장애가 심한 강 씨는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에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김권희 건강한마을한의원 재택의료센터장은 “장애인의 70~80%가 겪는 근골격계 질환은 한의 치료(침, 뜸, 추나 등)의 높은 효과성이 있기에 만성질환뿐만 아니라 마비 통증 등 장애 증상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 가능한 한의장애인주치의 사업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선미 전주의료복지사협 전무이사는 “현장에서 20여년동안 활동하면서 누구보다고 장애인당사자들이 원하고 효과가 있는 걸 봐왔다”며 “장애인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서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주치의사업에 한의까지 확장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2021년 부천시 통합돌봄시범사업에서 방문진료를 하면서 진료하게 된 윤 모씨(50대)는 루게릭 진단을 받고 양방병원 치료가 안됐는데 한방 치료받으면서 기적적으로 일어나 걷게 됐다. 침과 한약 그리고 추나요법 등을 병행했다. 또한 지역사회 다른 자원을 연계해 환자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줬다.
부천 중동한의원 재택의료센터 김범석 원장은 “한의가 장애인 대상 방문진료를 하게 되면 질환 맞춤 침을 놓으면서 대화를 길게 할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라포도 형성하고 다른 신체적 정서적 어려움, 생활환경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며 “방문진료를 통해 장애인의 다양한 질병 및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일차의료 주치의로 만나게 되면 더 나은 진료와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무엇보다 한의진료는 방문 현장에서 바로 다양한 질환 처치를 할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70~80% 근골격계 고통, 한의 장점 = 한의계는 장애인의 12개 만성질환 관련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개발하고 이를 근거로 △고혈압 △당뇨병 △정신 및 행동장애 △호흡기결핵 △심장질환 △대뇌혈관질환 △신경계질환 △악성신생물 △갑상선의 장애 △간의 질환 △만성신부전증 △관절염 등 만성질환에 대한 한약처방 침 뜸 물리치료 병용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과 만성통증관리에 활용하는 온냉경락요법은 2009년부터 급여화가 됐다. 추나요법은 2019년부터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한의사의 급여청구가 인정됐다.
일차의료 한의방문진료수가 시범사업 이용 환자의 상위 20개 주상병은 근골격계 질환과 뇌졸중, 파킨슨병 등 포함돼 있다. 이는 장애인의 12개 만성질환 중 관절염 대뇌혈관질환 신경계 질환과 유사한 면이 있다.
관련해서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지난해 11월 4일 “장애인 당사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한의주치의 제도를 즉각 도입하라”고 성명을 냈다. 이들은 “장애인의 의료 선택권을 보장하고 무늬만 장애인 주치의가 아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주치의 제도를 보장하라”며 “제도 전 과정에 장애인당사자의 참여를 의무화하라”고 요구했다.
◆이재명정부의 진일보하는 제도 개선 기대 = 그런데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한의 장애인 주치의 시범사업’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올리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다양한 설명이 나오는데 결국 장애인의 요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이재명정부도 이전 정부들처럼 의료이용자들의 요구를 배척하는 모양새가 반복되는 게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복지부는 2019년 10월, 2021년 6월, 2023년 10월에도 ‘한의사 장애인 건강주치의 모형 확대 방안’ 검토만 반복한 바 있다.
복지부는 최근 제1차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2026~2030년)을 발표하면서 “‘장애인 선택권 강화 및 한의 분야 강점’을 활용한 건강관리를 위한 서비스 신규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어떤 결과를 보일 지 주목된다.
한편 이길준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총장은 지난해 8월 국회 장애인 건강정책 개선 릴레이 간담회에서 “장애인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이 수요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주치의 사업에 한의사 참여 필요성을 건강심사평가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한의학연구원 등의 연구 조사에서도 제기됐다. 합리적인 경쟁구도를 마련해 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만선 대한한의사협회 일차의료강화특별위원장은 “양의사 장애인주치의제, 치과의사장애인주치의제가 시행중인 상황에서 국정과제에도 명시되어 있는 한의사 장애인주치의제만 수요자인 장애인이 원하고 있는데도 시행이 되지 못하고 있는 기묘한 상황”이라며 “조속한 한의사 장애인주치의제도 시행을 통해 장애인들이 최선의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