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국내 최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추진
정용진 회장 글로벌 협력 성과 … ‘인공지능 풀스택’ 기반 이마트 2.0 전략 구축
신세계그룹이 미국 인공지능 기업과 협력해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립에 나서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통업을 넘어 AI 인프라와 데이터 기반 커머스 혁신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그룹은 미국 AI 기업 리플렉션 AI(Reflection AI)와 ‘한국 소버린 AI 팩토리 구축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협약식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 내셔널 AI센터에서 진행됐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미샤 라스킨 리플렉션 AI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행사에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도 동석해 협력 사업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혔다.
행사에서 러트닉 장관은 “한국 땅에 미국의 인공지능(AI)이 들어간다”며 “이것이야말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루려는 미국의 AI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또 러트닉 장관은 “미국이 AI 칩과 모델, 풀스택(통합형) 엔지니어링을 제공하고 한국이 실제 설계와 인허가, 파이낸싱을 맡는다”며 “이 협약은 소버린 AI 개발 새 모델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정용진 회장은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AI의 미래는 개방되고 주권이 지켜져야 한다고 믿는 모든 국가에 청사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샤 라스킨 리플렉션 AI CEO는 “최근에 리플렉션 AI가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실을 냈는데 그 사무실이 있는 건물은 100년전 미국에서 태평양 너머 다른 국가에게 처음으로 국제 전화를 했던 곳”이라며 “처음 미국과 다른 나라를 연결했던 것처럼 오늘 발표하는 신세계그룹과 AI 협업이 한국과 미국을 잇는 ‘AI 연결’의 큰 상징적인 사건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양사는 한국에 전력 용량 250메가와트(M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는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이거나 추진되는 AI 데이터센터 가운데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사업은 단계적으로 전력 용량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서버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하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핵심 인프라다.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AI 모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연산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규모 전력과 고성능 GPU가 필수 설비로 꼽힌다. 데이터센터가 구축되면 기업과 기관은 이를 통해 AI 모델 개발, 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AI 수출 프로그램’을 통한 첫 협력 사례로 알려졌다. 해당 프로그램은 미국 AI 기술과 인프라를 동맹국과 공유해 글로벌 AI 생태계를 확장하는 정책이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엔비디아 GPU가 활용될 예정이다. 리플렉션 AI는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AI 기업으로 GPU 확보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회사는 지난해 약 80억달러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20억달러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리플렉션 AI는 구글 딥마인드 출신 미샤 라스킨 CEO와 알파고 개발에 참여했던 이오안니스 안톤글루 CTO 등이 2024년 창업한 기업이다.
특히 사용자가 모델 구조를 수정할 수 있는 ‘오픈 웨이트 AI 모델’ 개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오픈 웨이트 모델은 데이터 통제와 보안 측면에서 장점이 있어 각 국가가 자체 AI 체계를 구축하는 ‘소버린 AI’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이번 협력은 정용진 회장이 미국 경제계와 기술 업계 인맥을 기반으로 추진한 프로젝트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미국 정부의 AI 정책과 글로벌 기술 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협력 파트너를 확보했고 이를 통해 국내 AI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게 됐다.
신세계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계기로 AI를 그룹의 핵심 미래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유통 사업과 AI 기술을 결합한 ‘AI 커머스’ 전략을 통해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신세계는 AI 기반 ‘리테일 AI 풀 스택’(Retail AI Full-Stack)을 구축해 유통 전반의 운영 효율을 높일 방침이다. AI 분석을 통해 재고 관리 효율을 개선하고 물류와 공급망 관리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배송 데이터와 고객 구매 패턴을 결합해 보다 정밀한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차세대 배송 인프라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온라인 쇼핑 환경에서 개인 맞춤형 상품 추천과 결제, 배송까지 자동화된 ‘AI 에이전트 커머스’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세계는 이러한 기술 기반 혁신을 통해 ‘이마트 2.0’ 시대를 열겠다는 전략이다. 오프라인 유통에서 축적한 고객 데이터와 AI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유통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정용진 회장은 “AI는 산업과 경제 전반을 바꾸는 핵심 기술로 AI 없는 미래 산업은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며 “리플렉션 AI와의 협력 프로젝트는 신세계의 미래 성장 기반이 될 뿐 아니라 국내 AI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와 리플렉션 AI는 올해 안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양사는 향후 AI 클라우드 서비스와 맞춤형 AI 솔루션을 결합한 ‘풀스택 AI 플랫폼’ 구축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