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은 왜 줄지 않았나…과외에서 30조 공룡산업으로
서울 1인당 월평균 66만3천원 … EBS 방과후학교 성과
단기 규제 한계·입시 경쟁·정권마다 오락가락 정책혼선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5000억원으로 전년 29조2000억원 대비 1조7000억원(5.7%) 감소했다.
반면 사교육 참여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0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이 가운데 서울 사교육비 총 규모는 5조9000억원이고 서울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6만3000원으로 전국 평균 45만8000원보다 약 20만원 높다. 사교육 참여율도 82.6%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 사교육 시장은 1980~1990년대 과외 중심에서 출발했지만, 2000년대 이후 학원과 인터넷 강의 중심의 산업으로 급격히 변화했다.
특히 2000년 헌법재판소가 과외 금지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하면서 사교육 시장은 제도적으로 확대될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대형 입시학원과 스타 강사가 등장하고, 온라인 강의와 문제은행 서비스 등 다양한 형태의 사교육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AI 기반 학습 프로그램, 온라인 플랫폼, 1:1 맞춤형 과외 서비스까지 등장하며 사교육 시장은 하나의 거대한 교육 산업으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사교육이 단순한 보충학습이 아니라 입시 전략과 정보 제공 기능을 수행하는 산업으로 변모했다”고 분석한다.
역대 정부들은 ‘사교육비 경감’을 핵심 교육 정책으로 내세워 왔다. 전문가들은 사교육 정책이 단기적 규제에 머무르면서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점을 주요 원인으로 지적한다.
2004년 참여정부는 ‘2·17 사교육비 경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EBS 수능 강의 도입·방과후학교 확대·학교 보충수업 활성화 등이다.
사교육을 규제하기보다는 공교육 내에서 대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2009년 이명박정부 때는 학원 교습시간 제한 정책이 시행됐다. 대부분 지역에서 학원 영업시간을 밤 10시로 제한하는 조치였다.
박근혜정부 시절은 선행학습이 이슈였다. 2014년 ‘공교육 정상화법’을 제정해 학교나 학원의 선행학습을 금지시켰다. 윤석열정부에서는 수능 ‘킬러문항’ 배제 정책, 사교육 카르텔 조사, 늘봄학교 확대 등이 추진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직속으로 운영한 미래교육자치위원회는 입시 및 사교육 대책을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조기교육 등 고비용 학원 교습비 상한선을 설정하고, 조기인지교육을 바로잡기 위한 ‘4세고시 방지법’ 제정, 영어유치원과 같은 영어몰입교육 강력 규제, 유아사교육비 지정 통계화가 담겼다,
초등의대반 방지법 제정, 과도한 학원 레벨테스트 규제, 국가사교육 관리 센터 설립, 사교육 진도 공시제 도입, 절대평가 위주 대입제도 도입, 특수목적고 일반고 전환,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도 포함됐다.
최근 ‘4·7세 고시’ 방지를 위한 법이 통과됐지만 나머지는 실행되지 않고 있다.
사교육 정책이 완전히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EBS 수능 강의는 수험생의 학습 자료 접근성을 높였고, 방과후학교는 저소득층 학생에게 일정한 학습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선행학습 규제 정책은 학교 시험에서 과도한 선행학습 문제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교육 전문가들은 사교육 정책이 반복적으로 실패한 이유를 구조적 문제에서 찾는다. △대학 서열 중심 입시 구조 △규제 정책의 한계 △정책의 단기성과 정치성 등이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대학 서열 완화, 입시 경쟁 완화, 공교육의 질적 개선 등 근본적인 교육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사교육 수요는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