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미국이 이란 폭격하는 사이 중국이 얻는 것

2026-03-19 13:00:01 게재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이 전쟁은 미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 중동에서 수행해 온 군사개입 가운데 가장 중대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파급력은 중동지역을 넘어 국제정치 질서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쟁이 장기화되어 이른바 ‘베트남화’의 경로를 밟을 경우 이는 세계경제에 심대한 충격을 가함과 동시에 미국 패권의 상대적 쇠퇴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중국의 전략적 입지 확대라는 결과를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전쟁 발발 직후 중국은 미국의 군사행동을 국제법 및 유엔헌장에 대한 위반으로 규정하고 주권국가 지도자에 대한 표적공격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외교적 공세를 전개했다. 동시에 중국은 이번 전쟁이 글로벌 공급망과 에너지 안보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계산하면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의 협상 지형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역사적으로 중국과 이란은 전략적 필요에 따라 군사적 경제적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양국은 때로는 반서구적 담론과 문명적 서사를 공유하며 관계를 강화했지만 중국은 탈냉전 이후 일관되게 대미관계를 최우선적으로 중시해 왔다. 예컨대 1997년 미국의 요구로 이란과의 핵 협력을 전면 중단한 적이 있다. 반면 파키스탄과의 핵 협력을 유지한 이유는 인도에 대한 전략적 이익을 고려했기 때문이었다.

호르무즈 봉쇄 지속될수록 중국 지위 높아져

중국의 대이란 전략에서 핵심 변수는 에너지다. 이란은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중국의 주요 원유 공급국이었으나 최근에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그 비중을 대체하면서 상대적 중요성이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아랍에미리트를 경유하는 원유의 주요 수요처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세계 원유 수입량의 23%를 차지하는 최대 수입국으로서 글로벌 석유 수급 구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자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세계 석유 소비량의 25%, 천연가스의 1/3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새로운 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생존을 위해 선택하는 유일하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세계 경제의 목줄을 쥐어 미국을 압박하면서 전쟁의 유리한 국면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수록 미국은 군사적 승리와 외교적 타협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는다.

이란의 해협 봉쇄가 지속될수록 전쟁은 지연되고 중국의 전략적 지위는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이 중동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수행할 능력이 제한적이지만(지부티 1곳), 오히려 이러한 제약은 ‘비군사적 중재자’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인도태평양 지역에 있는 미국의 전략자산이 중동 지역으로 재배치됨에 따라 중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상대적인 전략적 여유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대만문제를 포함한 역내 안보환경에서 중국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쟁은 트럼프의 일방주의 외교노선이 대서양 동맹의 결속에 균열을 초래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이를 활용하여 국제질서 담론 경쟁에서 미국을 ‘군사개입 국가’로 자국을 ‘안정과 발전’을 중시하는 책임있는 행위자로 프레이밍(framing)하려 할 것이다. 중국은 ‘내정불간섭’과 ‘비개입’ 원칙을 전면에 내세워 정치적 정당성을 축적하고 일정한 호응을 얻고 있다. 동시에 일대일로(BRI)와 같이 항만 철도 통신 등 산업 인프라 투자와 시장 연결을 확대하면서 경제적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미국과 직접 충돌 피하며 평판 축적하는 시기

중동 국가들은 이 전쟁을 계기로 미국 중국 러시아 사이의 균형외교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걸프지역의 친미국가들이나 미군기지가 있는 국가들이 이란의 보복공격 대상이 되었음을 생각하면 미국은 더 이상 동맹국에 안전을 보장하는 신뢰할 만한 보증인이 될 수 없음이 자명해졌다.

특히 2023년 사우디-이란 화해 협정과 같은 사례는 중국의 중재 역량을 부각시켜 역내 위상을 제고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중동에서 미국의 독점적 지배력이 약화되고 다극구조가 형성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 외교정책 분석가들은 미국의 상대적 쇠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과의 직접적 충돌을 회피하면서 글로벌 이슈에서 책임 있는 행위자로서의 평판 축적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로 판단하고 있다. 요컨대 중국은 현재 질서재편의 틈을 엿보는 숨고르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차창훈 부산대학교 교수, 중국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