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토큰’으로 국고보조금 쏜다…부정수급 차단
정부-한은, 세계 첫 디지털재정 국가사업에 적용 재경부·기후부·한은, 디지털화폐 활용 업무협약
전기차 충전시설 구축 시범적용, 재정혁신 기대
정부가 국고보조금의 투명성을 높이고 정산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디지털화폐’를 도입한다. 은행 예금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예금토큰’을 국가사업에 적용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중동발 경제위기와 고물가 속에서 재정집행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19일 재정경제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한국은행은 오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디지털화폐를 활용한 국고금 집행 시범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 기술로 ‘나랏돈’ 관리 = 이번 협약의 핵심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기관용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 도입이다. 기존의 국고보조금 집행 방식은 복잡한 단계별 정산과정과 증빙서류 검토로 행정력이 낭비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사후에 부정수급을 적발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화폐 시스템이 도입되면 보조금의 지급부터 최종 결제까지 모든 과정이 블록체인상에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특히 ‘예금토큰’은 은행 예금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디지털 토큰이다. 특정 목적(전기차 충전소 구축 등)에만 사용되도록 통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보조금의 전용이나 부정수급을 기술적으로 원천 차단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시범사업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전기차 충전시설 구축 사업’ 중 중속 충전시설(최대출력 30kW~50kW·예산 300억원)을 대상으로 한다. 보조사업자인 한국환경공단은 오는 5월 사업대상자 공모를 거쳐 6월부터 보조금을 예금토큰으로 집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국고보조금 지급 과정의 실시간 관리 △부정수급 방지 △정산기간 단축 및 행정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미 지난해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실거래 테스트를 통해 기술적 검증을 마쳤으며, 이번 국가사업 적용을 통해 시스템의 안정성과 확장성을 최종 점검할 계획이다.
◆세계적 표준 선점 노린다 =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번 협약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재정집행 혁신의 출발점”이라며 “국고금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디지털 자산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이끄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생태계 구축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민간 금융기관과 협력해 예금토큰 기반의 결제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기술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의 성과를 분석한 뒤, 향후 다른 국고보조사업 및 정부 구매 사업 등으로 적용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재경부는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한국이 재정 집행 분야에서 디지털 표준을 선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