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정보이용, 사기적 부정거래’도 투자원금 몰수 추진

2026-03-19 13:00:02 게재

자본시장법상 현재 시세조종만 몰수 가능

‘주가조작 패가망신’ 실현시킬 남은 과제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전반에 대해 부당이득뿐만 아니라 투자원금까지 몰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시세조종에 대해서만 투자원금 몰수가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미공개정보이용과 사기적 부정거래에 대해서도 몰수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사기적 부정거래의 경우 적용 대상이 넓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전망이다.

18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주가조작을 하면 그 조작에 동원된 원금까지 몰수하는 걸 실제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본시장법은 시세조종행위에 대해 “해당 행위를 위해 제공했거나 제공하려 한 재산은 몰수하며,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21년 법개정을 통해 투자원금 몰수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제공 재산 ‘필요적 몰수’ 대상으로 = 금융위는 “미공개정보 이용, 사기적 부정거래 적발시 투자원금 몰수가 가능하도록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과 정부가 강조한 ‘주가조작 패가망신’을 실현시킬 수 있는 남은 과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몰수는 ‘임의적 몰수’와 ‘필요적 몰수’로 구분된다. 임의적 몰수는 몰수요건에 해당하더라도 몰수 여부가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반면 필요적 몰수는 몰수요건에 해당하면 반드시 몰수해야 한다.

자본시장법은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해 ‘취득한 재산’(범죄수익)에 대해서는 반드시 몰수 또는 추징하도록 필요적 몰수를 규정하고 있다. 불공정거래행위를 위해 제공된 재산(투자원금, 시드머니)에 대해서는 시세조종행위에 대해서만 필요적 몰수를 규정하고 있다.

독일은 범죄에 제공한 재산을 필요적 몰수대상으로 형법(일반법)에 규정하고 있다. 증권거래법 등 특별법에 몰수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금융당국은 시세조종뿐만 아니라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제공된 원금도 필요적 몰수대상으로 하려는 것이다. 미공개정보이용은 회사 임직원 등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해 부당이득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한 경우를 말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미공개 내부정보를 활용해 5억원 어치의 주식을 매입하고 이후 3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면, 3억원에 대해서는 과징금(1~2배), 벌금(4~6배) 부과를 통해 환수하고 5억원(원금)도 몰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부정거래에 폭넓게 적용 가능 = 사기적 부정거래는 허위 정보와 과장, 속임수로 다른 투자자의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는 행위를 말한다. 자본시장법은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정거래 조항은 상당히 포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증권회사 연구원의 정보 이용 사건이 대표적이다. 모 연구원은 특정 종목을 매수 추천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기 전 차명계좌를 이용해 종목을 먼저 매수한 다음, 보고서 발행 후 주가가 오르면 종목을 팔아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 검찰은 연구원의 보고서 이용 행위라는 정보 이용에 대해 부정거래혐의를 첫 적용했고 대법원은 유죄를 확정했다. 그 전까지 부정거래는 시세조종의 보완 조항으로 간주됐지만, 해당 사건에 대한 유죄 확정 이후 사실상 모든 불공정거래행위에 혐의 적용이 가능해졌다.

전문가들은 증권회사의 영업행위 규제 위반 행위와 다른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 모두 부정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사기적 부정거래는 허위·부실표시 행위, 풍문 유포 및 위계사용 행위 등이 결합된 행위를 말한다.

◆합동대응단 확대, 포상금 강화 = 금융당국은 앞으로 주가조작 합동대응단의 인력과 조직을 대폭 확대하고 통신사실확인자료 조회 권한도 부여할 계획이다. 또 금감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하고 오남용 방지를 위해 공적 통제장치(수사심의위원회 통제)를 마련하기로 했다.

주가조작 내부고발 활성화를 위해 포상금의 상한을 폐지하는 등 신고 포상금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부당이득과 몰수금의 최대 30%까지 지급 가능하도록 하고 가담자에 대해서도 포상을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아닌 다른 행정기관에 신고하더라도 이첩·공유시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주가조작 근절을 위해 끊임없이 제도 개선을 해왔다. 부당이득액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고, 법적으로 다툼이 많았던 부당이득액 산정과 관련해 산정방식을 법제화했다. 또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도입했다.

금융당국이 추가로 추진 중인 제도 개선안이 실행되면 주가조작에 대한 적발 가능성은 높아지고, 내부 고발 유인은 강화되며 불법행위로 얻은 이익은 사실상 전면 환수되는 구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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