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선진국, 행복은 후진국…한국, 67위로 추락
세계행복순위 2024년 58위에서 9계단 하락
3월 20일 세계 행복의 날 … 국회 정책토론회
“행복은 개인의 문제 아닌 사회 환경의 문제”
눈부신 경제 지표 뒤에 가려진 국민 개개인의 행복 격차를 이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월 20일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 행복의 날’을 앞두고, 우리 사회의 행복 수준을 진단하고 정책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구하는 토론의 장이 국회에서 열렸다.
19일 박정현 민주당 의원실과 국회국민총행복정책포럼,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 국민총행복전환포럼이 공동 주최한 ‘소셜미디어 시대 우리는 행복한가’ 정책 토론회에서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행복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이번 토론회에서 공개된 데이터는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이날 발표된 영국옥스포드웰빙연구소의 ‘2026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147개국 중 한국의 행복 순위는 2023년 52위, 2024년 58위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다가 2025년 67위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규모는 세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민 개개인이 느끼는 주관적 안녕감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기조 발제를 맡은 이해식 의원(국회국민총행복정책포럼 대표)은 “대한민국은 세계적 경제 규모와 높은 교육 수준, 우수한 의료·디지털 인프라를 갖췄음에도 국민이 체감하는 행복 수준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며 현실을 짚었다. 이 의원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행복의 구조적 불평등’에서 찾았다. 단순히 경제성장의 문제가 아니라 △소득 격차의 심화 △돌봄과 노동의 부담 △청년 세대의 좌절 △노년의 고립 △지역 간 불균형 △공동체 해체와 사회적 신뢰 저하가 중첩되며 국민의 삶을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의원은 북유럽 국가들이 여전히 행복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행복은 단순히 경제적 풍요만이 아니라 신뢰와 공동체, 안정적인 사회구조가 함께 작동할 때 가능하다”면서 “행복은 개인 심리의 문제가 아니라 돌봄, 친절, 상호부조가 실제로 작동하는 사회 환경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는 행복을 사적인 영역이나 ‘마음먹기’의 문제로 치부하던 과거의 관점에서 벗어나 국가가 정책적으로 증진해야 할 ‘공적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가 곧 행복의 척도라고 믿어왔으나 성장 지상주의가 낳은 부작용이 국민의 삶을 무너뜨리고 있는 지금은 ‘국민총행복(GNH)’를 국가 경영의 중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논의의 제도적 대안으로 박정현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말 대표발의한 ‘국민총행복증진’ 법안이 제시된다. 이 법안은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을 토대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구체적인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행복지표 개발 및 정기적인 행복조사 실시 △국민총행복지수 산출 △주요 정책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행복영향평가’ 도입 △국민 참여 확대 △행복의 날 지정 등 행복을 제도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장치들을 담고 있다.
이날 토론회 후 가진 국민총행복증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박 의원은 “국민총행복증진법은 선언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보다 공정하고 따뜻한 행복국가로 전환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