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급등, 올여름 전기요금 폭탄 되나

2026-03-19 13:00:01 게재

LNG 가격 4~5개월 시차로 국내 전력도매가격에 반영

연료비 급등기마다 반복되는 비용 왜곡 … 선제 대응 시급

미국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두바이유가 급등하면서 국내 전력시장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기록적인 유가 폭등은 4~5개월의 시차를 두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단가와 전력도매가격(SMP)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즉 현재 두바이유 가격은 여름철 냉방수요가 집중되는 7~8월 전력요금에 정확히 맞물리는 구조다.

◆3월의 비명, 8월의 충격 = 19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전체 도입물량의 70~80%를 중장기계약으로 들여오고, 이 가운데 대부분은 일본의 평균 원유수입가격(JCC)과 미국의 천연가스 지표(헨리허브)에 연동해 계약을 체결한다.

도입 유가 평균치 적용과 비용평가 등을 거치면 평균 5개월의 시차가 발생해 이 시점 전력시장에 반영된다.

즉 3월의 유가 쇼크는 전력수요가 가장 많은 7~8월 발전단가와 SMP에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물로 들여오는 물량은 평균 2개월 시차가 발생한다.

SMP는 전력구입비의 기준이 되며, 통상 가장 비싼 LNG발전기가 가동된 것을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한다. 국내 전력시장에서 LNG 발전은 수요의 마지막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25년 기준 SMP 결정 비율도 LNG가 83%를 차지했다.

따라서 유가상승은 LNG도입가격 상승을 가져오고, 이는 전력구입비를 증가시켜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한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을 경우 한국전력은 구입비 급증에 따른 적자를 만회할 방법이 없다.

◆2022년 가스대란서 비롯된 에너지난 ‘데자뷰’ = 이러한 상황은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 이미 확인됐다. 내일신문이 한국석유공사(두바이유)와 플랫츠(JKM, 일본천연가스 시장), 글로벌 코울(호주 유연탄), 전력거래소(SMP) 등을 분석한 결과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두바이유 연평균 가격은 2021년 배럴당 69.4달러에서 2022년 96.4달러로 39.2% 뛰었다. 같은기간 JKM은 MMBtu당 18.7달러에서 34.0달러로 82.5%, 호주탄은 톤당 138.3달러에서 361.3달러로 161.5% 급등했다.

SMP도 2021년 94.3원/kWh에서 2022년 196.7원/kWh로 109.5% 치솟았다.

월별로 보면 두바이유는 2021년 12월 73.2달러에서 2022년 3월 110.9달러로 51.5% 뛰었고, 같은 해 6월엔 113.3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JKM은 8월 55.2달러, SMP는 12월 267.6원/kWh까지 올라 연료비 상승이 시차를 두고 전력시장에 전이되는 전형적 경로를 보였다.

◆호르무즈 봉쇄로 ‘원유·가스 동시 충격’ = 문제는 미국과 이란 전쟁에서 비롯된 현재 상황이 2022년의 ‘전조’와 닮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2026년 두바이유는 전쟁 전인 2월 27일 71.24달러였다.

하지만 3월들어 10일 115.20달러, 11일 119.55달러, 12일 134.40달러, 13일 145.51달러, 16일 153.24달러를 거쳐 17일 157.66달러까지 치솟았다.

2월 말 대비 상승률은 약 121.3%에 달하며, 최근 5거래일 동안 36.9% 급등했다. 18일은 155.55달러로 전날 대비 2.1% 하락했다.

JKM는 2월 10.7달러에서 3월 20.5달러로 한 달 새 91.6% 급등했다. 호주탄 역시 같은 기간 115.6달러에서 131.2달러로 13.5% 올랐다. 아직 3월 SMP는 111.5원/kWh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이는 구조상 ‘후행 변수’를 예고하고 있다.

두바이유와 SMP 연동성이 통상 5개월 시차를 둘 때 강하게 나타나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유가 급등은 여름철 냉방수요가 집중되는 시점에 전력구입비와 소비자 부담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최근 벌어지고 있는 중동 리스크는 2022년과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는 유럽 가스대란에서 시작된 ‘가스발 충격’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동반한 ‘원유·LNG 동시 충격’ 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LNG 물량은 글로벌 LNG 무역량의 약 20% 수준이며, 카타르는 한국의 주요 중장기계약 공급처다.

◆저원가 발전원 ‘반사이익’ 구조 바꿔야 = 이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첫째 유가 상승이 장기화되기 전에 전력가격 안정화 조치를 미리 마련해야 한다. 둘째 원전·석탄 등 저비용 기저발전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려 LNG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셋째 LNG·유연탄에 부과되는 세금 인하 재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LNG에는 관세가, LNG와 유연탄에는 개별소비세가 부과되고 있다.

넷째 2022년 도입했던 긴급정산상한가격 재도입이나, LNG 가격이 SMP를 과도하게 끌어올리는 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가스가격상한제 신설도 검토 대상이다.

SMP 구조상 LNG가 가격을 끌어올리면 원가가 낮은 원전·석탄까지 높은 정산가격을 받게 돼 초과이익이 커진다. 연료비 급등 국면에서 이러한 반사이익을 일정 부분 제어하지 않을 경우 전력시장 전체 비용 왜곡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 장기화로 국내 에너지 가격 급등 우려가 커지는 만큼 에너지 안보를 위한 비상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석탄발전 가동률 제고를 위한 송전제약 완화, 가스 수급 교란에 대비한 천연가스 거래 유연화와 함께, 가격기능 정상화와 에너지절약 유도를 위한 홍보·교육, 취약계층 보호대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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