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지난해 순이익 24조 ‘역대 최대’

2026-03-19 13:00:13 게재

이자이익 첫 60조 넘어

‘이자 장사’ 구조 여전

지난해 국내은행들이 고금리 기조 속에서 24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혁신을 통한 성장보다는 금리 인상기에 서민들의 어려움을 자산 성장의 발판으로 삼은 ‘이자 장사’ 구조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4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특히 이자이익은 60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60조원 시대를 열었다.

주목할 점은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1.51%로 전년 대비 0.06%p 축소됐음에도 이자이익은 오히려 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은행들의 마진 감소를 상쇄할 정도로 대출 규모(이자수익자산)가 4.6% 증가했기 때문이다. 가계와 기업이 고금리 여파로 자금 조달과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은행권은 대출 규모 확대로 수익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비이자이익의 중심인 외환·파생 관련 이익은 6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배 가까이(1295%) 폭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하지만 이는 은행의 독자적인 영업 경쟁력이라기보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에 기댄 ‘회계적 착시’나 ‘일회성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환율 헤지 수요가 몰리며 반사이익을 누린 것일 뿐, 자산 운용 역량을 가늠하는 유가증권 관련 이익은 오히려 급감했다는 점이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은행업권 내부에서는 실적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시중은행(14조3000억원)과 인터넷은행(7000억)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간 반면, 지방은행(1조2000억원)은 지역 경기 침체의 여파로 수익(-2.9%)이 감소했다.

은행권의 이익 환수 노력이 내부 자원 배분에 치중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집행된 17조9000억원의 인건비는 전년 대비 9% 가까운 증가율을 보이며 판관비 상승을 주도했다.

일시적 퇴직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가계 부담이 가중되는 시기에 이익의 사유화 논란을 해소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한 수치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실적이 외부 환경에 따른 반사이익 성격이 짙다고 분석하며, 잠재적 부실 리스크에 대비한 충당금 확보 등 실질적인 건전성 제고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경계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올해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경제 여건 악화 시에도 은행이 자금 중개 기능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지속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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