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손자병법

퇴직연금에는 산수법칙이 있다

2026-03-20 13:00:03 게재

정부가 올해 퇴직금을 국민연금처럼 전문 운용기관에 맡겨 불리는 퇴직연금 기금형 제도를 도입한다. 퇴직연금 혜택을 받는 대상도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2월 6일 노사정 합의로 ‘퇴직연금 기능강화를 위한 노사정 TF’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지 불과 한달 만이다. 이번 일련의 조치의 핵심은 두 가지다. 가입자 이익 최우선과 사외 적립의무의 단계적 확대 등을 통해 가입자들의 절대적 확장이다.

병법의 기본은 숫자다. 손자병법 모공편 용병지법에 ‘병사의 수가 10배면 적을 포위하고 5배면 적을 공격하고 2배면 적을 분산시켜 각개 격파한다’(用兵之法 十則圍之 五則攻之 倍則分之)고 했다. 퇴직연금 또한 같은 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즉 퇴직연금 산수에는 법칙이 있다.

제1법칙, 연금은 분모와 분자의 산수다. 분모가 커지면 연금은 안정성 유지 가능하며 분자가 커지면 연금은 압박에 직면한다. 그래서 가입범위 확대는 잘하는 것이다. 제2법칙, 연금은 시간이 지나면 분자가 커진다. 수급자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초고령화에 직면한 우리의 문제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자연법칙에 가깝다. 분자확장 조절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제3법칙, 분자가 미래의 분모를 만든다. 분자가 미래의 분모를 만드는, 아니 만들어 내야하는 역발상의 산수 구조다. 연금은 복잡한 금융시스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단순한 산수로 설명된다.

분자가 장기적으로 분모를 생산

연금재정의 안정성이 결국 분모와 분자의 관계로 결정된다. 지금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구조적 문제도 바로 이 산수다. 초저출산과 초고령화는 분모는 줄이고 분자는 늘리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연금의 진정한 안정은 분모를 키우는 전략에서 시작된다.

어느 사회학자가 88년 서울올림픽 개최 당시부터 인구증가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했는데 모두 웃었다. 그 간단한 방법을 모두 웃는 바람에 40여년 지난 오늘날 아무도 풀지 못하는 초고난도 사회문제가 되고 무려 200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도 효과가 없지 아니한가?

‘분자가 장기적으로 분모를 생산한다’는 관점이 중요하다. 오늘의 가입자는 미래의 수급자가 되지만 동시에 미래 가입자를 생산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즉, 출산은 단순 인구정책만이 아니다. 연금정책의 핵심 변수다. 이 관점에서 보면 퇴직연금 정책도 새로운 방향이 보인다. 단기 현금지원이 아닌 장기적 안정적 지원으로 세대 이어나가기 정책에 연결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자녀를 출산하면 연금 수익률을 가산해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자녀 1인당 연 0.25%p의 수익률을 아이가 14세 될 때까지 추가로 지급하고 부부가 모두 가입자라면 0.5%p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출산장려금이 아니다. 노후자산을 장기적으로 늘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책의 지속성과 체감효과가 훨씬 크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정책이 연금의 분모를 키우는 전략으로 퇴직연금 전용세제로 자리매김하여야 한다.

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는 미래의 근로자이자 연금가입자가 된다. 인공지능(AI)에게 장기적 계산시켜보라. 방법의 차이가 있겠지만 70조~100조원 정도가 투입되면 해결이 무난하리라 추정한다. 현재까지 투입된 제비용보다 훨씬 적으며 건강하고 튼튼한 아이들이 경쟁적으로 태어나 튼튼한 경제 대들보가 될 것이다.

‘퇴직연금 지수’ 개발·운영해 보자

연금산수 분모를 늘리는 또하나의 중요한 과제가 있다. 이미 퇴직연금을 가입한 근로자들이 본인들 의지와 무관하게 방치돼 연금분모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살려야 한다. 경제여건 악화와 기업 경영난으로 퇴직연금 부담금이 연체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연금산수에서 분모 늘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한다면 이들을 최우선 살려야 한다. 작년 2조원 내외의 임금체불액 가운데 40% 내외의 거대한 금액과 인원들이 분모에서 휩쓸려 나간다.

노동조합과 금융기관들은 이러한 사실들을 알려야 하며 고용노동부에서도 퇴직연금 현황지수공식을 만들어 주가 현황처럼 날마다 공개해 주위경각심과 분모의 소중함을 알리는 (가칭)‘퇴직연금 지수’(Korea Retire Pension Index Service)를 운용해야 한다. 이것이 가입자 이익 최우선 정책이 실현될 것이다. 국민연금이 잘 나간다 해도 연금고갈 소리만 나오면 쩔쩔매는 것 다 알고 있다. 퇴직연금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분모 늘리기와 분자 키우고 대우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국가적 인구문제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세계경제의 중심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이영하

연금아카데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