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선사 MSC, 유조선 강자 시노코 지분 50% 인수

2026-03-20 13:00:03 게재

아폰테 회장과 정가현 사장 관계 주목 … 시노코 VLCC 집중 매입자금 지원 관심

세계 유조선 시장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의 시노코마리타임(Sinikor Maritime = 장금마리타임. 대표 정가현)이 선복량 기준 세계 최대 해운기업인 스위스 MSC(지중해해운)와 공동경영을 추진하는 게 확인됐다.

유조선 시장 강자와 컨테이너 시장 강자의 결합에 대해 세계 해운계가 주목하고 있다. 시노코마리타임은 장금상선 관계사로 정태순 장금상선 회장의 아들 정가현 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집중 매입하면서 화제가 됐다.

19일 로이터와 세계 주요 해운조선 미디어들은 시노코와 MSC가 그리스와 키프로스 경쟁당국에 신청한 지분인수 건을 전하며 이번 인수를 통해 MSC가 정 사장과 함께 시노코를 공동 경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시노코마리타임 관계자는 20일 "50대 50 공동지배 형식으로 신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시노코, MSC 손잡고 유조선 시장 지배 = 양사가 그리스와 키프로스 경쟁당국에 신청한 서류에 따르면 MSC가 시노코 지분 50%를 인수하는 것은 단순한 투자가 아닌 지배권을 공유하는 기업결합으로 분류된다.

그리스 경쟁위원회는 지난 13일 시노코와 룩셈부르크에 있는 MSC 계열사인 ‘SAS’가 지난달 2일 투자에 관한 기본협정을체결했다고 발표했다. SAS가 시노코 지분 50%를 인수하고 정 사장과 함께 회사를 공동으로 경영하는 구조다. 이번 거래는 지난달 25일 경쟁당국에 신고됐고, 이달 11일 공개됐다.

시노코는 올해 초 초대형 유조선 시장에서 빠르게 규모를 확대하며 점유율을 높였다. 미국의 해운조선 전문미디어 지캡틴은 시노코가 중고선 매입과 용선 등을 합쳐 100~120척 규모의 초대형 유조선을 운영하고 있고, 이는 운용할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 시장 선단의 3분의 1에 해당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시노코는 올해 30척 이상의 VLCC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MSC의 크루즈선 유리비아호가 중동전쟁으로 19일(현지시간) 현재 두바이항구를 떠나지 못하고 정박해 있다. 유리비아호는 7일 두바이를 출발할 예정이었다. 사진은 지난 4일 두바이항에 정박해 있는 모습. 사진 AFP·연합뉴스

중동전쟁까지 겹쳐 올해 VLCC 용선료는 급등했고, 원유 등을 운송해야 하는 용선자들은 공급 부족 속에서 선박 확보에 발을 구르고 있다. 지난달 26일 미국의 ‘트랜스포트 토픽스’는 해운 분석 플랫폼인 시그널 오션의 데이터를 인용해 시노코가 3월말까지 미국 멕시코만(아메리카 걸프. 원유산지)에 도착할 수 있는 VLCC 중 화물을 싣지 않은 모든 선박을 통제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번 기업결합은 베일에 사여있는 해운업계 거물들의 협상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시노코도 MSC도 기업공개를 하지 않고 정 사장과 아폰테 회장이 지배하고 있다. 정 사장과 MSC 창업주인 잔루이지 아폰테(Gianluigi Aponte) 회장은 공개적인 장소에도 잘 나타나지 않지만 두 사람의 친교는 세계 해운계에 알려져 있어 최근 시노코가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매입하는 자금이 아폰테 회장에게서 나왔을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됐다.

MSC는 덴마크 해운기업 머스크와 프랑스 CMA CGM을 2배 차이로 따돌리며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복량을 보유, 세계 컨테이너해운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노코 관계자는 "장금상선이 MSC에 컨테이너선 매각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것은 와전된 정보"라고 말했다.

◆MSC, 컨테이너·크루즈에서 유조선까지 위험 분산 = 유조선 시장의 강자로 부상한 시노코와 컨테이너시장의 최강자 MSC의 결합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폰테 회장이 태어난 이탈리아는 이번 협상을 통해 아폰데 회장이 유조선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탈리아 해운물류 미디어 ‘테 트라스포르토’는 19일 MSC의 유조선시장 진출을 전하며 시노코가 불과 몇 달 만에 40척이 넘는 중고 VLCC를 인수한 것은 ‘아폰테 회장의 자금’이 약 50억달러(7조5000억원) 공급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테 트라스포르토는 시노코는 현재 78척의 VLCC를 보유하고 있고 정기용선 등을 통해 확보한 선박까지 더하면 이달말까지 120~130척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드 리스트는 시노코가 현재 인수 중인 선박을 포함하면 전체 보유 선박 수가 150척에 육박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지캡틴이 추정한 3분의 1 수준의 지배력까지는 아니어도 최소 20~24% 수준의 점유율을 가질 것이라는 분석은 공통이다. 이런 시장 집중도는 VLCC 시장에서 전례가 없다.

VLCC 전문 분석 회사인 브레이크웨이브 어드바이저스는 최근 현상을 ‘시노코 시대’라고 부르고 단일 운영사가 그림자선대(제재대상으로 공식 운영할 수 없어 비공개적으로 운항)를 제외한 VLCC 시장에서 이처럼 높은 시장 점유율을 달성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해운조선 미디어 스플래시247은 시노코 차이나머천츠 코스코 프레드릭센 바흐리 안젤리쿠시스 등 6대 VLCC 선주사가 전 세계 911척의 초대형 유조선 중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 중 MSC의 자본 지원을 받은 시노코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추정했다.

MSC도 시노코를 공동 지배하게 되면서 컨테이너 크루즈 로로선 자동차운반선 터미널 내륙물류 등에 이어 유조선까지 해운 물류 다각화에서 새롭게 도약하게 됐다. MSC는 원유 해상운송 분야에는 처음 대규모 진출하게 됐다.

테 트라스포르토에 따르면 아폰데 회장은 시노코 지분 인수에 대해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수익률이다. VLCC 시장의 공급이 부족하고 전 세계 발주량이 제한적인 시장 구조에서 이미 운항 중인 선박에 투자하는 수익률은 다른 해운 부문에 대한 투자보다 높다. 둘째, 경기 순환에 대한 리스크 분산이다. 컨테이너와 여객운송(크루즈)이 주를 이루는 MSC 포트폴리오에 원유운송사업을 추가해 자연스러운 위험분산 효과를 낼 수 있다. 셋째는 협상력이다. 합작 투자를 통해 미국 걸프만, 중동, 서아프리카에서 아시아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주요 유조선 항로의 운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사를 확보해 MSC가 석유기업과 주요 상품 거래업체, 수입국에 대해 새로운 협상력을 갖게 됐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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