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결핵 ‘10명 이하 국가’로 가는 마지막 고비
3월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이다. 결핵균을 발견한 독일의 의사 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가 1882년 결핵균을 발표한 날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결핵의 심각성을 알리고 조기검진과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결핵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결핵균 발견 100주년이 되던 해인 1982년 세계 결핵의 날을 제정했다.
결핵은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 온 질병이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WHO의 ‘글로벌 결핵 보고서(Global TB Report) 2025’에 따르면 2024년(추정치) 전세계 결핵환자는 약 1070만명에 달하며 사망자는 약 123만명이다. 결핵은 여전히 단일 감염원 중 세계 사망원인 1위이자 전세계 10대 사망 원인 중 하나다. 특히 다제내성결핵과 같은 약제 내성 결핵은 현대 의학의 큰 숙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결핵퇴치를 위한 행동을 강조하고 있다.
결핵은 결핵균에 의해 발생하는 공기 전파 감염병이다.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공기 중으로 퍼진다. 주로 폐에 발생하는 폐결핵이 가장 흔하지만 림프절 뼈 척추 뇌막 신장 등 신체 어느 부위에도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이며 그 외에도 가래 미열 체중감소 야간발한 등이 있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지만 발견이 늦어지면 주변 사람에게 전파될 위험이 커지고 치료하지 않을 경우 치사율이 매우 높은 위험한 감염병이다.
질병관리청의 ‘2024 결핵환자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4년 결핵환자는 1만7944명(35.2명/10만명)으로 과거에 비하면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이 2위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고령층 취약계층 중심의 정밀 관리 필요
결핵 감소속도를 이해하기 위해 일본의 경험은 중요한 비교가 된다. 일본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결핵이 흔한 나라였다. 일본의 결핵 발생률은 10만명당 60명(1984년)에서 40명(1990년)으로 줄어드는 데 약 6년이 걸렸다. 이후 10만명당 40명(1990년)에서 20명(2006년)으로 감소하는 데 16년, 그리고 10만명당 20명(2006년)에서 10명 이하(2020년)로 낮아지는 데는 14년이 걸렸다.
흥미로운 점은 결핵발생률이 낮아질수록 감소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그 이유는 첫째, 환자 구성이 변한다. 결핵이 줄어들수록 남아 있는 환자는 고령층 취약계층 만성질환자 등 관리가 어려운 집단에 집중된다. 둘째, 과거 결핵감염이 잠복해 있다가 나중에 결핵으로 발병하는 잠복결핵감염이 재활성화가 증가한다. 셋째, 외국인 인구이동이나 사회적 취약환경 등 새로운 위험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도 10만명당 약 35명 수준에서 10명 이하로 감소하는 기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환자의 연령구조가 바뀌어 최근 국내 결핵환자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젊은층에서는 환자가 크게 줄었지만 과거 감염이 잠복해 있다가 노년기에 발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제 결핵퇴치 전략도 바꿔야 한다. 과거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결핵관리가 중심이었다. 앞으로는 고령층 취약계층 중심의 정밀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장기요양시설, 병원, 취약한 생활환경 등에서의 조기발견에 신경써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잠복결핵감염 관리다. 잠복결핵감염이란 결핵균에 감염되었지만 아직 병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언제든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발병고위험군에게는 적절한 예방치료가 필요하다.
결핵은 과거의 질병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 중인 공중보건 문제다. 그러나 동시에 분명한 사실이 있다. 결핵은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며, 국가와 사회가 함께 노력하면 충분히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와 시민 참여로 감염 줄일 수 있어
2026년 세계 결핵의 날 주제는 단순하다. “우리는 결핵을 끝장낼 수 있어요: 약속하고, 투자하고, 해내요(Yes, we can end TB : commit, invest, deliver).” 결핵 퇴치는 정부의 의지(Commit), 적극적인 재정 투자(Invest), 그리고 의료 현장과 환자의 실천(Deliver)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가능하다. 문제는 우리가 그 의지와 투자를 실제 행동으로 이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결핵을 크게 줄여온 나라다. 이제 남은 과제는 마지막 단계다. 10만명당 10명 이하, 즉 ‘결핵 저발생 국가’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의료진의 노력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관심과 정책적 투자가 함께 이어져야 한다. 결핵은 혼자 싸워 이길 수 있는 병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감염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