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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전쟁’으로 선거 놓칠 판, 국민의힘 서울 위기

2026-03-23 13:00:01 게재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한민국 정치의 심장부인 서울시장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지표와 각 정당의 후보 선출 과정을 살펴보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 1야당인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행보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한쪽은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정교한 마케팅 전략으로 경쟁력을 올려가는 모양새인 반면, 다른 한쪽은 ‘현역 프리미엄’마저 스스로 걷어찬 채 처절한 내부전쟁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민심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여론조사 결과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3월 17~19일 실시한 조사(전국1004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3.1%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서울 지역에서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45%를 기록한 반면, 국민의힘은 17%에 머물렀다.

두 정당 간의 격차는 무려 28%p에 달하며, 이는 여당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년 여 전인 2025년 3월 11~13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서울 지역 국민의힘 지지율은 41%, 민주당은 38%였다. 격세지감이다.

고공행진 이 대통령 지지율이 결정적 변수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서울 지역에서 60% 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이번 선거의 결정적인 변수다. 과거 서울이 부동산 이슈 등으로 보수성향이 짙어졌던 시기를 지나 현재는 정부의 국정동력에 힘을 실어주려는 ‘국정안정론’이 ‘정권견제론’을 압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수치는 국민의힘에 가혹한 현실이자 민주당에는 더할 나위 없는 전략적 자산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 상황은 그야말로 ‘내우외환’이다. 서울은 전통적으로 현역시장의 프리미엄이 크게 작용하는 지역이다. 4선 시장으로서 행정 경험과 인지도를 갖춘 오세훈 시장은 야권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의 사정은 이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는 오세훈 시장의 ‘혁신 선대위’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며 본격적인 경선체제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오 시장은 “당 지도부가 극우 유튜버들과 절연하지 못한 채 당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고, 당 지도부는 이를 ‘자해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박수민 의원, 윤희숙 전 의원 등 당내 경쟁자들이 오 시장을 향해 파상공세를 펼치면서 국민의힘의 서울시장 후보 선출 과정은 정책 대결이 아닌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는 ‘내부전쟁’으로 변질되었다.

야당으로서 지지율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현역 시장의 프리미엄을 무너뜨리는 이른바 ‘집안 싸움’은 지지층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후보 간의 비방전이 거세질수록 중도층의 거부감은 커지고 있으며, 이는 결국 본선 경쟁력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정원오 예비후보는 성동구청장 시절 보여준 ‘현장 행정’의 성과를 바탕으로 탄탄한 기초체력을 갖춘 상태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후광효과(Halo Effect)’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역량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대통령과 자신의 운명을 일치시킴으로써 여권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다.

집안싸움이 만든 최악의 선거구도

정치에서 내부전쟁은 필패의 전조다. 특히 서울처럼 민심의 변화가 빠른 곳에서 야당이 보여주는 지리멸렬한 모습은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넘어 체념을 안겨주고 있다. 반대로 정원오 후보의 상승세는 보수가 결집하더라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격차를 벌리겠다는 계산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민은 시끄러운 ‘내전’보다는 평온한 ‘안정’을, ‘비방’보다 ‘정책과 비전’을 원한다. 국민의힘이 내부전쟁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스스로 훼손하는 동안 민주당은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라는 훈풍을 타고 저만치 앞서나가고 있다.

물론 남은 기간 국민의힘이 극적인 반전을 이뤄낼 수도 있다. 그러나 집안싸움으로 날을 지새우는 정당에 서울의 미래를 맡길 시민이 없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