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K-컬처 골든위크’ 보낸 우리가 할 일

2026-03-23 13:00:02 게재

한국이 문화강국임을 세계에 알린 ‘K-컬처 골든위크’가 지났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15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받았다.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3년 9개월 만에 복귀하는 그룹 BTS 공연이 성황리에 열렸다.

케데헌 그랜드슬램·BTS 아리랑 공연 의미

K-팝과 한국 전통문화를 결합한 ‘케데헌’은 골든글로브, 그래미에 이어 아카데미 2관왕에 오르며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한국어 노래와 판소리, 사물놀이가 시상식장인 미국 할리우드 돌비극장 무대를 채웠다.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K-팝 응원봉을 흔들었다.

‘케데헌’의 주인공인 걸그룹 헌트릭스는 K-팝과 팬덤으로 악령을 물리치고 한식을 즐겨 먹는다. 배경으로 서울 곳곳이 등장하고, 한국 민속문화가 스며들어 환상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영화를 만든 매기 강 감독과 헌트릭스 보컬 3명은 어릴 적 이민을 갔거나 이민 2세들이다. 시상식장에서 강 감독은 “‘나와 닮은 분들’이 주인공인 영화가 나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 재 작곡가도 “어린 시절 사람들은 K-팝을 좋아하는 저를 놀렸지만 이제 모두가 우리 노래,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고 있다”며 “이 상은 성공이 아니라 버티고 회복하는 힘에 대한 것임을 깨닫는다”고 한국인의 자긍심을 강조했다.

BTS 컴백 공연은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세계로 송출한 첫 라이브 이벤트이자 음악공연이다. BTS 팬덤인 ‘아미’뿐만 아니라 K-콘텐츠를 좋아하는 세계인을 위한 체험마당이었다. 공연장소도 상징적이었다. 광화문과 경복궁은 조선시대 왕 즉위식이 이뤄진 ‘닫힌 공간’이었다. 2000년대 광화문은 월드컵 응원, 촛불집회가 진행되는 ‘열린 공간’으로 거듭났다. 21일 공연으로 K-팝을 즐기는 ‘문화 공간’으로 세계에 소개됐다.

BTS 7명이 다시 한 목소리로 선택한 단어는 ‘아리랑’이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가장 한국적인 공간에서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재해석한 노래를 즐겼다. 한국을 알리기 위해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한국 안에서 최고의 문화를 보여주면 세계가 호응한다는 것을 보여준 전환의 무대였다. 공연을 보러왔다가 도시를 소비하는, 문화 콘텐츠와 여행, 관광이 어우러지는 ‘콘텐츠 투어리즘’ 가능성도 보았다.

BTS가 유튜브가 아닌 넷플릭스를 선택한 것은 자신들의 공연을 글로벌 이벤트로 키우려는 전략일 것이다. 주문형 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인 넷플릭스는 최근 라이브 이벤트에도 공들인다. 스포츠 중계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바꿨다. 미국 프로레슬링,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확보했다. 지난 1월에는 고층 빌딩을 로프 없이 오른 스카이 스크레이퍼 라이브를 생중계했다.

케데헌이 세계적 권위 상을 휩쓸었지만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다. BTS 공연도 넷플릭스 독점 생중계로 국내 방송을 통해 볼 수 없었다. 거대 기업 넷플릭스를 탓하기 전에 그만한 플랫폼을 갖지 못한 우리 상황을 돌아볼 때다.

BTS 컴백 공연을 계기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굿즈 판매 등 소비가 늘고, 관광객이 유입되는 등의 경제 효과 ‘BTS노믹스’가 거론된다. 증권업계는 BTS 컴백 공연 매출만 수조원대로 추산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한 술 더 떠 SNS에 “보이지 않는 효과는 몇 배, 몇십 배 클 것”이라고 썼다.

국격 높이는 ‘문화 투어리즘’으로

BTS노믹스가 거저 이뤄질 리 없다. K-팝과 K-드라마로 시작된 한류가 K-푸드, K-뷰티, K-패션, K-관광으로 연결되고 있다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다. BTS 공연을 앞두고 서울 중심가 숙박료가 급등했다. 바가지요금, 불친절, 비위생적 환경도 여전히 지적된다. 원칙대로 가격표를 내걸고, 신용카드 등 결제방식을 지키고, 음식 한 접시에도 정성을 담으면 될 텐데 이런 기본이 무시된다. K-컬처에 어울리지 않는 K-시민의식의 단편이다. BTS 공연이 시작된 그 시간, 대한민국 국민은 근로자 14명이 숨진 후진국형 화재사고 속보를 TV 톱뉴스로 보아야 했다.

‘K-컬처 골든위크’는 지났다. BTS 공연도 볼 겸 한국에 온 외국인들은 각자 방식으로 한국을 기억하고 경험을 공유할 것이다. 젊은이들이 한국 문화에 바탕을 둔 영화·노래로 세계인을 한국으로 이끌었는데, 우리는 이를 뒷받침하고 활용할 준비는 되어 있나. 아직 부족한 분야의 ‘K-대전환’ 계기로 삼자.

양재찬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