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단독통과’ 뉴노멀 시대…국회 숙의 제도 ‘무력화’
과반 민주당, 3개 의안 강행 처리 … 필리버스터 ‘무용지물’
민주유공자법 등 6개월전 패스트트랙 지정후 법사위로 넘어와
안건조정위 ‘조정능력’ 상실 … 당내선거 ‘상임위 독식’ 쟁점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다수결에 의한 ‘법안 단독 처리’가 새로운 흐름으로 관례화되는 모습이다. 의석수가 절반을 넘는 제 1당의 경우 소수정당의 반대가 있더라도 ‘숙고’ 대신 ‘강행 처리’에 무게를 두는 게 일반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상임위 법안소위부터 본회의까지 5단계의 숙의 과정이 일사천리로 처리되기도 했다. 최장 330일까지 숙고할 시간을 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도 180일로 줄어드는 분위기다.
23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매주 목요일에 본회의를 열어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면서 국민의힘의 의지와 상관없이 법안 통과에 나설 계획임을 시사했다.
전날까지 민주당은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과 함께 조작기소 국정조사 계획서를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범여권의 ‘5분의 3 의석’으로 무력화시켰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는 여론의 관심조차 끌지 못한 채 여권의 의석에 밀려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민주당은 상임위 법안소위-전체회의-안건조정위-법사위-본회의 등 ‘숙의 5단계’를 ‘단독’으로 처리하는 새로운 관례를 만들어냈다. 21대 초반만 하더라도 ‘역풍’을 우려해 단독 처리나 독주를 자제하는 분위기였지만 22대 국회 들어서는 일상화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단절하지 않고 ‘묻지마 방어’에 나서면서 민주당 독주의 명분을 제공했다. ‘개혁’이라는 성과를 요구하는 민주당 강성지지층의 주문이 여당의 ‘당원 주권주의’ 흐름과 맞물려 입법속도전을 만들어낸 모습이다.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가 민주당 주도의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법안을 상정하지 않거나 회의를 열지 않았던 ‘고육지책’도 제 힘을 발휘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위원장의 입법 차단에 대해 패스트트랙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애초 패스트트랙은 본회의에 상정, 지정되면 상임위에서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부의 60일 등 최장 330일안에 처리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절대과반을 갖고 있고 ‘단독처리’ 의지가 강한 만큼 상임위만 넘어서면 법사위, 본회의에 필요한 150일을 줄일 수 있다.
민주당이 지난해 9월 25일에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한 민주유공자법, 공익신고자보호법,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통계법 개정안 등 4건이 이날 180일을 경과하면서 법사위로 넘어갔다. 이 법안들은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 소관으로, 민주당은 국민의힘 반대로 상임위 처리가 어려워지자 패스트트랙에 지정했다.
민주당은 22대 후반기 국회에서는 모든 상임위 위원장을 민주당이 맡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입법을 방해하고 ‘패스트트랙’이 너무 오래 걸리는 ‘슬로우트랙’으로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게 이유다.
국회의장후보와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당원들에게 ‘20% 투표권’이 주어지면서 당내 강경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민주당 당대표 재선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진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후반기 원 구성에 있어서는 100% 위원장은 일하는 더불어민주당이 맡아서 책임을 지고 하겠다라는 원칙을 말씀드린다”며 “미국식으로 전 상임위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5월 중순에 치러질 국회의장과 부의장 후보 선출과 6월 지방선거 이후의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미국식 상임위 100% 확보’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회의장 후보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진 박지원 의원은 “마냥 협치만 바라볼 수 없다”며 “정청래 대표께서 하반기 국회에서는 미국(연방의회)처럼 승자 독식, 상임위원장을 다수당에 배정하는 것이 옳다는 견해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도 “간사 중심의 단독 회의 추진은 물론, 일하지 않는 위원장의 권한을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향후 상임위 배분에 대해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