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토화 대 전면봉쇄’… 중동전쟁 임계점 넘었다
대규모 파괴 전제 사실상 전면전 양상
핵시설까지 겨냥…‘전쟁의 룰’ 바뀌어
3주 넘게 이어지고 있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군사시설을 넘어 핵시설과 민간 에너지 인프라까지 겨냥하는 ‘강대강’ 대치로 격화하고 있다. ‘보복→재보복’의 악순환을 넘어 대규모 파괴를 전제로 한 고강도 충돌로 사실상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이란은 이스라엘 남부 도시 디모나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인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을 타격한 데 대한 보복차원이었다.
이스라엘은 즉각 테헤란 중심부를 공습하며 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 핵시설 인근을 겨냥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방사능 위험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됐다.
미국의 개입 방식도 한층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48시간 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소를 시작으로 국가 기반시설을 공격해 초토화하겠다”고 경고했다. 군사시설을 넘어 민간 전력망과 에너지 시스템까지 직접 타격하겠다는 의미로 전쟁의 규칙 자체를 바꾸는 발언으로 평가된다.
이란은 더욱 강경한 대응을 선언했다. 이란 중앙군사본부 하탐 알안비야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22일 “이란 발전소를 겨냥한 미국의 위협이 실행되면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폐쇄되고 발전소가 재건될 때까지 다시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대응했다.
같은 날 이란군 대변인도 타스님통신을 통해 “이란은 이제 ‘눈에는 눈’ 원칙에서 나아가 군사 정책을 변경했으며 적대국의 어떠한 공격에도 더 심각한 결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란의 연료 및 에너지 기반 시설이 적에 의해 공격받으면 미국과 그 정권 소유의 역내 모든 에너지, IT, 담수화 기반 시설이 표적이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양측이 ‘국가 기반시설’까지 상호 타격 대상으로 명시하면서 전통적 군사 충돌에서 경제·에너지 시스템을 겨냥한 ‘하이브리드 전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전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차단되면서 국제 유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가 현실화할 수 있다.
전선도 빠르게 다층화되고 있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 미군 관련 시설에 드론 공격을 가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까지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로켓 공격을 이어가면서 전쟁은 사실상 ‘지역 연쇄 충돌’로 번지는 양상이다.
군사적 긴장 고조와 함께 이란의 전략 무기 능력 변화도 주목된다. 이란은 최근 사거리 약 4000㎞에 달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기존의 2000㎞ 수준 제한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유럽까지 타격권에 포함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분쟁 범위를 확대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강대강 충돌 속에서 전쟁의 향방을 가를 변수들도 제기된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22일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여부 △지상군 투입 가능성 △핵 프로그램 제거의 실효성 △이란 권력구조의 불확실성을 핵심 변수로 꼽았다. 다만 이들 변수는 모두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려운 사안이라는 점에서 전쟁 장기화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미 행정부 내부에서도 장기전 가능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은 지난 13일 소셜미디어 X에 “속도는 우리가 주도한다”고 밝혀 작전 종료 시점이 유동적임을 시사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