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점포 축소·온라인 육성

2026-03-23 13:00:02 게재

법원 “영업 유지” … 노조 “사실상 청산”

점포 축소·물류 재편 속 인력감축 진행

홈플러스가 점포 축소와 물류 재편, 온라인 채널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며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섰다. 다만 법원은 이를 영업 유지를 위한 조치로 보는 반면 노동조합은 점포·인력 감축을 근거로 사실상 청산 과정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회생 여부를 둘러싼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단순한 비용 절감 수준을 넘어 사업 구조 자체를 다시 짜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합의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는 회생회사 홈플러스 관리인이 기존 점포 일부에 대한 전대차 계약 해지와 함께 모바일 앱·카카오 채널 운영, 글로벌 소싱 물류 위탁 등 새로운 계약 체결 허가를 잇따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오프라인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비용을 줄이고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려는 전략적 전환시도로 보인다. 단순한 영업 유지가 아니라 수익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움직임이라는 평가다.

이와 함께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줄이고 인력 규모를 축소하는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고정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치지만, 동시에 매출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생 전략의 성격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점포와 인력 축소는 단기적인 재무 개선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영업력과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산 매각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슈퍼마켓 사업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을 진행하는 한편, 전체 117개 점포 가운데 41개 점포 정리를 검토하고 있다. 보유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도 진행 중으로, 이는 자산 매각 가격 산정뿐 아니라 인가 전 인수합병(M&A) 가능성 검토, 청산가치 재산정 등을 위한 기초 작업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협력업체와의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 채권을 선별적으로 먼저 변제하는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회생절차에서는 원칙적으로 채권 변제가 제한되지만 법원은 정상적인 영업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변제를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엇갈린다. 법원은 이러한 조치들이 구조조정과는 별개로 영업을 유지하는 차원의 절차라고 설명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구조조정과는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회생채권 변제는 계속 영업에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한 제한적 허용”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측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회생 절차에서 이뤄지는 모든 계약은 법원 허가가 필요한 만큼 절차에 따라 신청한 것”이라며 “개별 조치의 의미나 방향에 대해서는 별도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이미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초 126개였던 점포는 현재 107개로 줄었고, 직영 직원도 2만명에서 1만60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노조 관계자는 “온라인 배송 인력 축소 지시까지 내려진 상황에서 구조조정이 이미 진행 중”이라며 “점포 축소와 인력 감축이 이어지는 흐름은 사실상 사업 축소, 나아가 청산 과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흐름을 단순한 회생 유지 단계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점포 축소와 계약 재편, 온라인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며 사업 모델 재설계 단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다만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은 구조인 만큼 회생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홈플러스가 이러한 상황에서도 회생절차를 이어가는 배경에 대해 법원은 투자 유치 가능성을 들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인가 전 M&A가 성사되면 청산가치는 낮아지고 변제 재원은 늘어나 계속기업가치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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