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FRS 18호 도입 후 영업이익 감소…변동성 증가
환율·자산 손익 등 일회성 비용 실적 포함
자산관리·경영 안정성에 대한 민감도 확대
내년 1월 1일부터 K-IFRS 1118호 ‘재무제표 표시와 공시‘ 기준서가 도입된다. 이번 개정은 15년 만의 손익계산서 개편으로 2011년 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손에 꼽히는 파격적 변화다. 앞으로 기업가치 평가와 신용분석에 큰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개정 영업이익을 적용할 경우 현행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외환 손익이나 자산 처분 손익 등 일회성 비용도 실적에 포함되면서 실적 착시 현상이나 변동성 리스크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최근과 같이 환율이 급변동하는 시기 외환 관련 손익 규모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의 실적 변동성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7개 업종 중 16개 영업이익률 하락= 20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K-IFRS 제1118호 도입이 기업의 성과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 분석한 결과 개정 영업이익이 기존보다 낮은 수준을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신평이 보유한 유효 신용등급 기업 217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5개년 간 손익계산서에 개정 영업이익을 적용해 본 결과다.
분석 결과 2021년을 제외한 모든 연도에서 개정 평균 영업이익률이 현행 평균 영업이익률보다 낮았다. 구정원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당기순손익 인식 금액 자체에는 변화가 발생하지 않지만, 항목 분류 방식이 크게 달라짐에 따라 보고되는 영업이익 수준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17개 업종 중 16개 업종에서 개정 영업이익률이 현행 대비 하락했다. 특히 업황 민감도와 자산집약도가 높은 업종일수록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
호텔 및 면세, 항공운송, 철강, 전자, 1차 전지, 방위산업, 석유화학 등은 IFRS 18 고영향 업종으로 분류됐다. 글로벌 수급 등 경기·환율 민감도가 높아 유∙무형∙리스자산 손상·외화관련손실 인식, 충당부채 인식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업종군으로 영업이익 흑자에서 한순간에 영업손실 기업으로 변할 위험이 높다.
반면 음식료, 제약, 자동차, 자동차부품 업종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인 저영향 업종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변동성 확대 = 영업이익의 연도별 변동성도 확대됐다. 빈번히 발생하지 않는 현행 영업외손익 항목 중 일부가 IFRS 18에서는 영업 범주로 분류되면서 변동 폭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개정 기준에서는 자산 손상차손, 처분 손익, 일회성 충당부채 설정·환입 등 기존에 영업외손익으로 분류되던 일부 비경상 항목이 영업 범주에 포함된다.
항목별로는 유무형 리스자산관련 손익(처분손익 및 손상차손)이 분석 기간 내 모든 연도에서 음수값을 기록하며 금액에서도 가장 큰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실적 부진 시기에 자산손상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개정 이후 경기 하강 국면에서 영업이익률 하락 압력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 연구원은 “외화관련 손익을 보면 2023년을 제외하면 일관되게 음수값을 기록하고 있다”며 “원화 급등세가 컸거나 원화 약세가 두드러진 시기에 외화 관련 손실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영업이익 재정의 = 이번 개정 기준서는 손익계산서 중심으로 영업이익을 재정의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손익계산서 내 모든 수익과 비용 항목들을 그 발생 성격과 원천에 따라 영업·투자·재무 범주로 구분하고 각 범주별 중간 합계를 제시하도록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영업 범주가 투자 및 재무 범주에 속하지 않는 모든 수익과 비용을 포함하는 잔여(residual) 개념의 손익으로 재정의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영업외손익으로 분류되던 일부 항목이 영업 범주에 포함되게 된다.
유무형자산 처분손익, 유무형자산 손상차손(영업권 손상 포함), 외화관련손익 및 파생상품관련손익 중 영업 관련 부분, 사업결합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비용, 기부금 등이 대표적인 예다.
현행 회계기준 하에서는 일부 지주회사가 지분법 손익을 영업손익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개정 기준서에서는 지분법 손익을 모두 투자 범주로 분류한다.
◆신용평가 과정에서 혼선 발생 우려 = 개정 기준 도입 이후에는 동일한 ‘영업이익’ 계정 지표라도 그 개념과 산정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신용평가 및 방법론 적용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성과지표 해석, 시장 인식, 재무약정, 발행자·투자자 행동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신용 시장에 점진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구 연구원은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던 항목들이 영업 성과로 인식되면서 시장의 관심과 민감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대규모 자산손상이나 충당부채 인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기업의 경우, 경영 안정성이나 자산관리 역량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투자자 평가와 자본시장 접근성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무약정 해석에도 변화 가능성이 있다. 일부 차입약정에서 이자보상배율, 순차입금/EBITDA 등 영업이익 기반 지표를 약정 조건으로 활용하고 있으므로, 영업손익 정의가 변경될 경우 약정상 차입조건의 해석 또한 달라지기 때문이다.
계약이 현행 기준 영업이익을 전제로 설계되었다면 개정 기준 영업이익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약정 문구의 재확인 및 조정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발행자와 채권자 간 협의가 필요하거나 신규 차입 계약에서는 영업이익 대신 조정지표 또는 현금흐름 기반 지표가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
구 연구원은 발행자와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의 행동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손익 구조 변화에 따른 시장의 민감도 변화가 기업 및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로 이해할 수 있다”며 “영업이익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것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들은 자산관리, 투자 집행, 비용 인식에 대해 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유인이 강화되고, 투자자나 금융기관은 비경상 항목이 반복되는 기업에 대해 보다 엄격한 리스크 평가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