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강대강 충돌 속 협상 준비’

2026-03-23 13:00:02 게재

전쟁은 격화, 출구는 모색

22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마르자윤(Marjayoun)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충돌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양측이 동시에 협상 준비에 착수하면서 전쟁이 ‘확전과 외교’가 병행되는 복합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강경 군사 압박을 유지하면서도 구체적인 협상 조건을 마련하는 등 ‘이중 전략’을 본격화했다.

22일(현지시간)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은 전쟁 3주 시점에서 이미 이란과의 잠재적 평화 협상을 위한 내부 논의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가 협상 설계에 참여하고 있으며 중재국으로는 카타르·이집트 등이 거론된다.

다만 협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이란은 휴전과 전쟁 재발 방지 보장, 배상까지 요구하며 강경한 조건을 제시한 반면 미국은 이를 사실상 수용 불가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현재 전황은 여전히 ‘강대강 물리적 충돌’이 중심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공습을 지속하며 군사적 우위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란 역시 미사일·드론 공격과 해상 위협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국방부의 메시지가 엇갈리면서 전쟁의 종결 시점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트럼프는 “전쟁이 거의 끝났다”고 언급하면서도 “아직 충분히 승리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 전쟁부(국방부)는 “가장 강력한 공습”을 예고하며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동맹국과 시장 모두에게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으며 전쟁이 단기전에서 장기전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이 마련한 협상 조건은 사실상 이란의 전략적 능력을 전면 제한하는 수준이다. 핵심 요구는 △5년간 미사일 프로그램 중단 △우라늄 농축 중단 △핵시설 해체 △원심분리기 국제 감시 △미사일 상한 설정 △헤즈볼라·후티·하마스 등 대리세력 지원 중단 등이다. 이는 단순한 휴전이 아니라 이란의 군사·핵 능력을 구조적으로 해체하는 ‘장기 관리 체제’를 전제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이란은 협상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조건부 접근을 취하고 있다. 특히 “공격 중단과 재발 방지 보장 없이는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황을 좌우할 변수는 비교적 명확하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이다.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이 봉쇄 상태로 유지될 경우, 전쟁은 사실상 종료가 불가능하다.

둘째, 미군 지상군 투입 여부다. 현재까지는 제한적 병력 이동 수준이지만, 특수부대 투입이나 제한적 지상작전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셋째, 이란 핵 프로그램의 처리 방식이다. 협상 또는 군사작전을 통한 ‘완전 제거’ 여부가 전쟁 종결의 핵심 조건으로 꼽힌다.

넷째, 이란 권력 구조다. 최고지도자 교체 이후 지휘체계가 불안정한 가운데, 누가 실질 권력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전쟁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현재 국면은 단순한 교전 단계를 넘어 ‘군사 압박 속 협상 준비’라는 이중 구조로 전환된 상태다. 미국은 군사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며 협상력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고, 이란은 해협 통제와 에너지 충격을 지렛대로 삼아 협상 조건을 끌어올리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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