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연재 국립환경과학원장
“과학으로 막연한 불안을 근거 있는 안심으로”
흩어진 자료를 한곳으로 모으고 메탄 위성 도입 추진 … 기후대기 통합 관리, 토양 건강성 지표 개발도
“과학에 불신이 들어오면 흔들립니다. 데이터라는 객관적 근거에 기반해서 팩트를 가져가야 합니다. 과학의 독립성이 유지돼야만 정책 신뢰도도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6일 인천시 서구 종합환경연구단지에서 만난 박연재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인터뷰 내내 ‘과학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강조했다. 박 원장은 “과학적 데이터를 국민 눈높이에서 공유함으로써 ‘막연한 불안’을 ‘근거 있는 안심’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환경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개방형으로 민·관·학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연구 자율성은 보장하지만 엄격한 교차 검증 시스템을 강화해서 과학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지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원은 대기·수질·토양·생태 등 환경 전반에 걸친 과학적 조사·연구와 환경 정책 수립을 위한 기술적 지원을 담당한다.
■과학의 기본 원칙을 강조했지만 4대강 녹조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애석하다.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검증을 해서 팩트를 가지고 정책을 하면 좋은데 과거에는 그러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 4대강 사업 당시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치열했다. 항상 팩트가 서로 갈리는 부분이 있다.
2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면서 전체적으로 4대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오염원은 많이 줄었지만 녹조는 어떻게 보면 악화가 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서 보니 전체적으로 물은 흘러야 하고 4대강 사업 당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다. 물론 현시점에서 100% 다 예측이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사실과 데이터는 타협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과학원은 환경 연구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양심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연구를 한다.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대해 가장 빠르고 정확한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해 나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에는 물속과 공기 중 녹조 독소에 대한 민관 공동조사를 실시해 녹조 위험성을 보다 정밀하게 진단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또한 녹조 발생 대응 역량을 강화해 기존 3.5일 걸리던 조류경보 발령 체계를 단축하고 당일 발령이 가능하도록 했다.
■토양 정화 불소 기준 완화도 논란이 많았다. 유기적으로 제도가 운용되는 만큼 토양·지하수 관리 체계 전반에 걸친 개선 고민도 필요할 것 같다. 토양 복원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사후 대응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 과학원은 미규제 오염물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감시 항목 관리 체계를 도입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는 중이다.
특히 폐광산 지역 등 복합오염 지역에 대해 토양·수질 통합 오염 영향 조사 방법을 수립해 기존의 단편적 조사를 넘어선 효율적이고 정교한 환경 관리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나아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토양 역할을 재정립하며 토양 기후인자 및 건강성 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기존 토양측정망 데이터와 결합한 토양 건강성 변화 예측 시나리오 평가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최근 인공지능이 화두다. 과학원은 어떻게 활용 중인가.
정부가 주도하는 환경 데이터 통합과 활용을 위해 체계적인 이행안을 수립하고 추진 중이다. 화학물질 위해성 평가 등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업무를 인공지능을 통해 자동화해 소요 시간을 2개월에서 1시간으로 줄여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물환경 분야에서는 디지털 트윈 기반의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오염원 탐지 정밀도를 높일 방침이다. 대기 분야에서는 환경 위성과 인공지능을 연계해 24시간 연속 관측 및 고도화된 예측 모델을 운영하려 한다. 기후·환경 분야의 인공지능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메탄 관측 위성도 준비 중이라 들었다.
과학원 환경위성센터에서 세계 최초 정지궤도 환경위성인 ‘천리안위성2B’호를 운용 중이다. 2020년 2월 19일 발사한 천리안위성2B호는 한반도를 포함해 동서로는 일본부터 인도까지, 남북으로는 몽골부터 인도네시아까지 약 20여개국의 대기를 관측한다. 천리안위성2B호로 장거리 이동 미세먼지를 상시 감시하는 등 대기오염물질의 발생과 이동·특성 파악이 가능해졌다. 10년 정도 측정을 하고 자료가 쌓이면 인공지능을 활용한 학습을 통해 어느 정도 규모로 어떤 물질이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는 메탄 분석에도 힘쓸 계획이다. 이를 위해 메탄 관측 위성을 준비 중이다. 위성으로 메탄이 탈루되는 곳을 조기에 파악하고, 이를 적시에 알려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메탄 관측 위성 시스템을 활용해 석유화학시설이나 매립지 등을 관리하면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는 위성을 활용해 메탄 탈루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이미 발달했다. 우리는 이들 국가보다 늦었지만 환경위성센터가 갖추고 있는 기반시설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기존에 만들어진 기반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융합해 나간다면 상승효과가 상당할 수 있다.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과학원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부문별로 흩어진 온실가스 데이터를 연계하고 국제사회가 우리 감축 실적을 인정할 수 있도록 국제 수준의 측정·보고·검증(MRV)체계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범정부적 협력이 필수다. 과학원은 17개 부처의 기후 정보를 통합한 국가 기후위기 적응정보 통합 플랫폼을 운영하며 다부처 협의체를 통해 각 기관의 감축·적응 데이터가 서로 원활하게 호환되도록 표준화를 주도하는 게 목표다. 기후위기 적응 정보 통합 플랫폼에서는 지방자치단체별 침수 폭염 등 리스크 전망을 지원한다.
특히 기후 위기 취약성 평가도구(VESTAP)를 활용해 지역별 상대적 취약성을 분석함으로써 지자체가 우선순위에 맞는 정책을 세울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실질적인 대응책을 세울 수 있도록 지역별 위험도를 시각화한 기후 위험지도를 배포할 예정이다.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인 수송 분야의 탈탄소화를 위해 자동차 온실가스 전과정평가(LCA)도 마련할 계획이다.
■기후와 대기 정책의 공편익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과학원은 재생에너지 확충과 탈탄소 전환이 대기질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기후·대기 통합 관리’ 연구를 선도한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단순히 온실가스를 줄이는 게 아니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대기오염 개선으로 이어지는 ‘공편익’ 정책을 추진 중이다.
또한 제품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관리하는 국제 규제가 유럽을 중심으로 강화되는 추세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대기질 개선은 물론 환경 보건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기후-대기 통합 모델링 체계’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확충이 미세먼지 저감과 건강 증진이라는 실질적인 공편익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기관 특성상 과학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학만을 강조하다 보면 더 큰 그림을 놓칠 수도 있다.
‘연구를 위한 연구’라는 비판을 해소하기 위해 모든 연구과제 기획 단계부터 기후부의 담당 부서와 외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연구 수요를 반영 중이다. 또한 물 대기와 같은 전통적인 매체 중심의 개별 연구는 물론 학제간 융합 연구를 강화하는 중이다.
이미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미세플라스틱 등 신규 오염물질의 경우 이를 반영했다. 물 대기 토양 등 각 매체별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규 오염물질에 대해 연구 이행안을 수립했다. 물(하천 정수 하수 먹는물 등) 대기 토양 폐기물 등 각 매체에서의 거동특성 및 위해성평가 등을 통해 미세플라스틱 관리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를 2030년까지 한다. 앞으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환경 정책 지원기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인천=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알기 쉬운 용어설명
■디지털 트윈 = 물리적 대상이나 시스템을 컴퓨터 속에 재현한 가상 모델이다. 현실의 센서·측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가상 공간에서 현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물환경 분야에서는 △하천·호수의 오염원 유입 △수질 변화 △오염 확산 경로 등을 가상 모델로 구현해 실제 측정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오염 지점을 정밀하게 탐지하는 데 활용된다.
■공편익 = 특정 정책이나 수단을 실행할 때 본래 목적과는 별개로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편익이다. 온실가스 저감은 대기오염물질 관리 정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어떤 에너지원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주요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달라지고 덩달아 온실가스 배출량이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동특성 = 오염물질이 환경 매체(물·공기·토양 등) 속에서 이동하고 변환되는 방식과 유형이다. 한 예로 미세플라스틱이 하천에 유입된 뒤 어디로 흘러가고, 어떤 형태로 쌓이거나 분해되는지를 파악하는 연구를 들 수 있다. 오염 확산 경로를 예측하고 관리 대책을 세우는 데 기초가 된다.
■위해성평가 = 특정 오염물질에 노출됐을 때 인체나 생태계에 얼마나 해로운지를 과학적으로 산출한다. 오염물질의 독성이나 노출 경로·기간·양 등을 종합해 실제 피해 가능성과 크기를 추정한다. 규제 기준 설정이나 정화 우선순위 결정 등 환경 정책의 과학적 근거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