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불법 사금융, 도박·SNS 타고 확산

2026-03-23 13:00:10 게재

12세부터 노출·중고생 이용률 3.1% … 도박→대리입금 연결 속 ‘연쇄 빚·협박’ 구조

청소년을 노린 불법 사금융이 도박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매개로 확산되면서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대응에 나섰다. 온라인 도박 노출과 즉시 자금 수요, 익명 거래 환경이 결합되면서 청소년들이 불법 대출로 유입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3일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양 기관은 청소년 대상 불법 대리입금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 홍보와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대리입금은 SNS 등을 통해 10만원 안팎의 게임 아이템이나 공연 티켓 비용 등을 대신 결제해준 뒤 수고비와 지각비를 부과하는 불법 대부 행위다. 원금의 20~30%에 달하는 수고비와 상환 지연 시 시간당 1000~1만원이 부과되는 지각비는 법정 최고 이자율(연 20%)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 사금융이 청소년 도박 환경과 맞물려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도박 시작 연령은 평균 12.5세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는 인터넷과 SNS가 도박 관련 정보 접촉의 주요 경로로 나타났다.

도박과 대리입금은 자금 조달 구조를 통해 연결되는 양상이 확인된다. 도박은 즉각적인 자금 투입이 필요한 특성이 있지만 청소년은 금융기관 이용이 어렵고 부모에게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SNS에서 접근 가능한 대리입금 등 비공식 대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대리입금은 단순한 소액대출 문제가 아니라 도박과 SNS 환경이 결합된 금융 착취 구조”라고 지적한다.

이 같은 연결 구조는 통계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성평등가족부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대리입금을 이용한 중·고등학생은 3.1%로 집계됐다. 도박성 게임을 경험한 청소년 가운데 14.2%가 대리입금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10회 이상 반복 이용한 비율도 중학생 17.4%, 고등학생 14.9%에 달했다.

이러한 구조는 실제 범죄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220억원 규모 불법 사이버 도박장을 운영한 일당이 적발됐으며, 이들은 청소년에게 고금리로 도박 자금을 빌려주는 불법 사금융 행위도 함께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시내 대출 관련 광고물.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문제는 피해가 단순 금전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일부 대리입금업자는 상환이 지연될 경우 확보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주변에 알리겠다고 압박하는 등 2차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 다른 대리입금 이용으로 이어지면서 채무가 확대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IMG02] 피해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찰 조사에서는 대리입금 피해를 경험한 청소년 가운데 실제 신고로 이어진 비율이 32%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 회피로 인해 피해 규모가 과소 파악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는 이에 대응해 공식 캐릭터 ‘해치’를 활용한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고, 수사반을 편성해 SNS상 불법 광고 계정을 추적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도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변경옥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장은 “불법 대리입금은 청소년을 노리는 명백한 범죄지만 단순한 경고만으로는 예방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청소년이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맞춤형 콘텐츠와 수사를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응이 홍보와 단속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SNS 기반 광고와 계정 운영이 지속되는 한 사후 단속만으로는 범죄 확산을 억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플랫폼 내 불법 광고 차단과 계정 관리 등 구조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사금융 문제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온라인 환경과 결합된 구조적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온라인 도박 노출과 불법 광고, 소액 대출이 결합된 환경을 차단하지 않으면 유사한 범죄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안은 청소년 금융범죄가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온라인 환경과 결합된 구조적 문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시와 교육당국이 대응에 나섰지만, 범죄 확산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와 플랫폼 규제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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