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신임 한국은행 총재 앞에 놓인 과제

2026-03-24 13:00:09 게재

전세계 중앙은행은 지금 진퇴양난에 빠졌다. 글로벌경제는 이미 두개의 전선에서 협공을 받던 차에 또 하나 추가됐다. 세개의 전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공급망 단절) △미중 전략경쟁(관세 충격) △중동전쟁(유가 급등)이다.

이들 전쟁은 모두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각국 중앙은행의 리더격인 미국 연준(Fed)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관세 충격에서 상당한 규모와 지속기간을 갖는 에너지 충격까지 직면했다”며 “인플레 기대심리에 대한 악영향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다른 중앙은행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등도 전쟁의 여파를 주시하면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기존 3.85%에서 4.10%로 인상했다. 인플레 우려에 대한 선제적 조치라는 평가다.

이런 혼돈의 와중에 한국은행 수장 교체를 앞두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적임자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국장을 선택했다. 거시경제와 국제금융 등에서 탁월한 이론과 혜안, 실무경험도 풍부하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앞선다.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출신이면서도 이 대통령의 선택으로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고 있는 김성식 전 의원은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보좌관을 맡은 경력이 있는 (신 국장 임명은) 참으로 적재적소 인사”라며 환영했다. 정무적으로도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재 한은 앞에 놓인 과제를 생각하면 갈 길이 멀다. 중동전쟁 추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어디까지 급등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공급측 요인에 의한 국제유가와 물가상승을 중앙은행 통화정책으로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당장 3월과 4월 각종 물가지수가 어떻게 움직일지 걱정이다.

금융안정시스템도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신용팽창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최근 미국에서 공포가 커지는 사모펀드 대출 문제와 같은 약한 고리가 국내외에 도사리고 있다. ‘최종 대부자’인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 BIS에서 전세계 은행의 자본건전성을 직접 관찰한 신임 총재 후보자가 특별히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 이창용 총재가 임기중 각별히 공을 들인 중장기적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대안 제시도 이어져야 한다. 한은의 방대한 데이터와 우수한 인재들이 제출한 경제 및 사회 구조개혁에 대한 대안이 국가정책으로 빛을 보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새 총재는 이러한 부분까지 챙기면서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을 위한 중앙은행 수장으로서 각오와 결단, 실천에 앞장서길 기대한다.

백만호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