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트럼프 리스크와 거시경제 여건
최근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연초만 해도 글로벌 경제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 속에서 완만한 회복이 기대되었으나,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현실화되면서 이러한 낙관적 시나리오가 위협받고 있다. 중동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주가와 원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 충격의 범위를 벗어난다. 지금의 상황은 그간 확대되어 온 성장에 대한 기대가 급변하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에 크게 흔들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서로 다른 흐름이 충돌하면서 변동성이 증폭되는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구분해서 봐야 할 글로벌 경제의 구조와 거시경제 여건
이러한 점에서 현재의 상황은 글로벌 경제의 구조와 거시경제 여건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보다 큰 흐름에서 보면 글로벌 경제의 장기적 흐름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투자와 성장의 흐름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단기적인 경기 요인이 아니라 생산성과 산업구조 변화에 기반한 것이다. 주요 기업들의 투자 계획이나 글로벌 자본의 흐름을 보더라도 이러한 방향성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는 이러한 장기적 흐름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은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도 지속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수요와 기술 변화에 기반한 것으로, 단기적인 지정학적 충격으로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적 흐름이 유지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거시경제 환경이 급격히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이란간 전쟁은 글로벌 경제의 공급측면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생산비와 수입물가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준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서는 이러한 충격이 기업 비용과 가계 부담으로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
이는 내수와 수입 부문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소비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면서 성장률을 다시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동시에 물가상승 압력까지 더해지면서, 성장둔화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적 상황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 있다.
환율 역시 이러한 복합적 충격을 반영하고 있다. 23일 원달러환율이 1510원을 훌쩍 넘어선 것은 전쟁 확대 및 장기화 우려가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거시경제 리스크가 크게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은 매우 불안해 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정책 대응도 쉽지 않다. 환율상승과 물가부담을 고려하면 금리인하 기대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유가가 가져올 내수 충격과 성장둔화 우려를 감안하면 섣불리 긴축카드를 내놓기도 어렵다.
결국 핵심 변수는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얼마나 강하게, 그리고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이다. 과거와 같이 긴장이 고조되었다가 완화되는 흐름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열어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확대된 불확실성과 변동성 속에 경제의 큰 흐름 놓치지 말아야
지금은 확대된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직면해 있다. 이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일수록 단기적 움직임에 흔들리기보다, 구조적 성장 흐름과 거시경제 충격을 함께 읽어내는 균형 잡힌 시각이 더욱 중요해진다. 전쟁 충격의 강도와 지속성에 따라 경로는 달라질 수 있지만 그 속에서도 경제의 큰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