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에 반납 차량 판매, NH농협캐피탈…“27억 배상”
법원, 리스차 독점 매도 계약 위반 인정
“해지 사유 불문, 반납 차량은 매도 대상”
법원이 리스 반납 차량의 독점 매도 계약을 어기고 일부 차량을 임의로 빼내 직접 판매한 할부금융사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합의17-2부(조광국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중고차 유통업체 오토이노베이션이 NH농협캐피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NH농협캐피탈에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27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2013년 1월 양사가 맺은 ‘오토리스 차량 매매 계약’에서 시작됐다. 이 계약은 리스 기간이 끝나거나 중도 해지로 차량이 반납되면 미리 정해 둔 잔존가치에 따라 NH농협캐피탈이 해당 차량을 오토이노베이션에 일괄 판매하는 내용이다. 오토이노베이션은 이 차량들을 사들여 중고차 시장에 되팔아 수익을 얻는 구조였다.
분쟁은 NH농협캐피탈이 계약 대상인 반납 차량 일부를 오토이노베이션에 넘기지 않고 제3자에게 판매하면서 불거졌다.
오토이노베이션은 2019년 6월 약 900대의 차량이 무단으로 매각된 사실을 확인한 뒤, 차량을 재판매해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잃었다며 10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법원은 지난해 4월 NH농협캐피탈이 일부 반납 차량을 자체적으로 판매한 행위는 계약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중고차 가격 변동과 차량 상태, 재판매 비용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청구한 금액 전부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NH농협캐피탈은 자체 매각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리스료 미납 등으로 회수한 ‘채권처리 차량’ 428대는 사실상 리스 이용자가 인수한 것과 같아 반납 차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중도 해지 사유와 관계없이 이용자로부터 회수된 차량은 모두 매각 의무가 발생한다”며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차량 939대 가운데 고객이 이미 매입했거나 정상적으로 계약이 종료된 차량, 반납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차량 등을 제외하고 892대만 매도 의무가 있는 차량으로 인정했다. 또 실제 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차량 1대당 손해액을 250만원으로 산정했다.
이에 따라 손해액 원금 22억3000만원에 지연손해금을 더해 총 27억3972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NH농협캐피탈은 항소심에서도 125대 차량에 대해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본 계약은 반납 차량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원고에게 넘기는 구조로, 피고가 매도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계약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