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전 원유선물 8700억원 매도”

2026-03-24 13:00:04 게재

트럼프 ‘폭격 5일 유예' 글 직전 대량 거래 터져 … 내부 정보 의혹으로 확산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아멕스(AMEX) 거래장에서 선물·옵션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관련 발언 직전, 수백만달러 규모의 원유 선물 거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장에서 내부 정보 활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2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 진전을 언급하며 폭격을 5일 유예한다는 글을 올리기 약 15분 전 원유 시장에서 약 5억8000만달러(약 8700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

해당 거래는 23일 뉴욕시간 기준 오전 6시49분부터 6시50분 사이 약 6200건의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계약으로 구성됐다. 거래량은 6시50분 직전 27초 사이 급증하며 평소보다 뚜렷한 이상 징후를 보였다.

이후 오전 7시4분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최근 며칠 동안 테헤란과 ‘생산적인 대화’가 있었다”고 밝히자 국제 유가는 급락했고, 동시에 S&P500 선물과 유럽 증시는 급등했다. 시장이 중동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낮게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해당 거래가 시점상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한 증권사의 시장 전략가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트럼프 글 게시 15분 전에 공격적으로 선물을 매도한 주체가 누구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대형 헤지펀드 관계자들도 최근 몇 달간 유사한 ‘정확한 타이밍의 대규모 거래’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25년간 시장을 봐왔지만 이번 거래는 매우 비정상적”이라며 “특별한 이벤트도 없는 월요일 아침에 이런 규모의 거래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누군가는 큰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거래 주체가 단일 기관인지, 복수 투자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의 유일한 목표는 미국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불법 이익 추구는 용납되지 않으며 근거 없는 주장은 무책임하다”고 밝혔다.

이란 측은 오히려 미국을 겨냥해 시장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미국과의 협상은 없었다”며 “가짜 뉴스가 금융시장과 원유 시장을 조작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우연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최근 중동 전쟁을 둘러싼 정보 비대칭이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에너지 컨설팅회사 에너지애스펙츠의 파생상품 책임자 팀 스키로는 “해당 거래량은 평소보다 크지만 과도하게 크다고 보긴 어렵다”며 “여러 단서를 연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중동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이 정책 발언 하나에도 급격히 흔들리는 상황에서, 정보 접근 격차가 투자 수익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금융시장 전반도 크게 출렁였다. S&P500 선물과 유럽 증시는 급등하며 전쟁 완화 기대를 반영했지만, 상승세는 이어지지 못하며 시장의 확신 부족을 드러냈다.

달러 역시 단시간에 주간 고점에서 저점으로 급락하며 위험 회피 흐름이 일부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금과 국채 등 전통적 안전자산도 반등했고, 비트코인 역시 급등하며 위험자산 회복 흐름에 동참했다.

한편 예측시장 폴리마켓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게시글 직후 4월 말까지 미·이란 휴전 가능성이 65%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현재는 45% 수준으로 다시 낮아졌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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