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기름값 급등 …배 띄울수록 적자”

2026-03-24 11:47:40 게재

연안해운업계, 정부 지원요청

경유, 육상보다 해상용 더 비싸

중동전쟁 파장이 연안해운업계도 덥쳤다.

전국 55개 연안여객선 사업자와 850개 연안화물선 사업자 일동은 24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유가 급등에 따른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정책을 요청했다.

연안해운업계에 따르면 2월 리터당 790원이던 여객선 면세 경유는 다음달 1600원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돼 중동전쟁 이후 200%가 넘는 인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화물선 과세 경유도 두 달만에 66% 폭등한 2380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보호를 받는 육상 경유가 리터당 1820원대지만 해상용 경유는 2400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다음달 1일자 경유 가격이 여객선 면세 경유 1692원, 화물선 과세 경유 2382원으로 책정된다면 여객선사는 적자 폭이 더욱 커지고 화물선사는 경영 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연안 100개 항로를 운항하는 54개 여객선사의 전체 매출액은 3767억원 규모로 선사당 70억원 수준이다. 시외버스 업체당 매출액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영세한 규모다.

이 중 제주도 울릉도 등 주요 관광 항로를 운항하는 13개 선사의 매출액 비중이 60%에 이르러 나머지 선사들은 1개 선사당 40억원 미만 수준이다.

주요 관광항로라고 흑자가 나는 것도 아니다. 울릉도를 오가는 대저페리는 지난달 20일 부산회생법원의 회생 절차 개시에 따라 오는 7월 14일까지 회생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대저페리는 포항과 울릉도를 연결하는 대형여객선 엘도라도익스프레스를 2023년 7월부터 운항했지만 첫해 53억원, 2024년 56억원의 적자를 내고 취항 1년여만에 운항을 중단했다.

열악한 경영환경에 있는 화물선들도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박은순 덕산해운 대표는 “1항차를 운항하면 이윤은 약 30만원인데 중동전쟁으로 연료유 가격이 폭등해 선박 유류비만 80만원이 추가로 발생해 고스란히 적자를 떠안아야 한다”며“배를 세워두는 것이 나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덕산해운은 소형 화물선으로 인천에서 덕적도(인천 옹진군 덕적면)을 오가며 생필품을 운송한다.

한국해운조합은 이번 위기가 업계의 경영난을 넘어 국가적인 민생·물류난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합은 “연안여객선은 섬 주민의 유일한 대중교통이자 의료·행정 서비스를 잇는 혈맥이며, 연안화물선은 철강 시멘트 등 국가 전후방 산업의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필수 수단이기 때문”이라며 “만약 연안해운선사들의 운항 중단이 현실화될 경우 섬 주민의 생활 불편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제조산업 전체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안해운업체는 정부가 비상대응체계를 구축해 현장 실태를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육상 운송분야와 같이 해상에도 ‘선박용 경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여객선에도 한시적으로‘유가연동보조금’제도를 신설하고 화물선을 포함한 선박의 유가연동보조금 지급구간 상한액을 최고가격과 연동하는 조치를 건의했다.

해운조합은 조합에 적립된 170억원 규모의 재원을 활용해 유류 구입비용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선사들을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폭등하는 유가 인상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호소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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