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검찰제도 개혁과 국제형사협력
2011년 12월 26일 누군가가 새벽에 도쿄 야스쿠니신사 입구 나무기둥에 기름을 뿌려 불을 지르고 그날 한국으로 입국했다. 다음해 1월 6일, 그는 서울 일본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져 방화미수 등의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었는데 이른바 ‘류창 사건’이다. 류창의 진술을 확보한 한국 수사기관의 통보를 받고 비로소 사건을 파악한 일본은 같은해 5월 한일 양국간에 체결된 범죄인인도 조약에 의거해 신병인도를 청구했다.
이와 같이 범인의 국적(중국), 범죄의 발생지(일본, 한국), 범인의 체류지(한국) 등이 다를 경우에 각국의 형사관할권이 경합하게 되므로 사건의 진상규명 및 효과적인 처벌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국가간 협력이 불가피하다. 국제형사협력은 그 요건과 절차 등을 정한 국내법이나 조약 또는 당사국의 호혜적인 국제예양(international comity)에 따라 이루어진다. 협력의 범위에 따라 국제형사사법공조법, 범죄인인도법, 국제수형자이송법 등과 같은 국내법이 있고 국가간 조약도 체결되어 있다.
류창 사건과 같이 범죄인인도 청구를 받은 경우에 우리나라가 취하는 기본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다. 1)법무장관은 외교장관을 통해 범죄인인도 청구에 관한 서류를 받는다. 2)법무장관은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에게 그 서류를 보내고 서울고검 소속의 검사로 하여금 서울고등법원에 인도허가 여부에 관한 심사청구를 명한다. 3)서울고등법원은 심사를 거쳐 인도거절이나 인도허가 등의 결정을 한다. 4)법무부 장관은 서울고등법원의 결정에 따라 신병을 석방하거나 (일본으로)인도를 명해야 한다. 범죄인인도의 심사 및 인도청구 관련사건이 서울고등법원과 서울고등검찰청에 특정된 것은 범죄인인도법이 전속관할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소청 및 중대범죄수사청의 신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의 설치에 관한 입법이 성립되면서 향후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제기와 영장청구는 공소청이, 수사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중대범죄수사청이 맡게 된다. 공소청법에 의하면 검사의 직무와 권한 중에 ‘국제형사사법공조’가 포함되어 있으나, 수사권과 수사지휘권 및 영장집행 지휘권은 없으므로 범죄인인도법에 규정된 인도구속영장의 집행이나 신병의 인도에 대한 지휘가 어렵게 된다.
더구나 사람 또는 물건의 소재에 대한 수사, 서류나 기록의 제공 등과 같이 국제협력의 수요가 많은 형사사법공조는 중대범죄수사청의 신설 등과 맞물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일간 및 한중간의 조약을 비롯해 우리나라가 체결한 대다수의 형사사법공조조약에 의하면 공조의 주무부처(중앙기관)는 법무부 또는 법무부가 지정한 기관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형사사법공조는 범죄인인도와 달리 법원의 심사절차가 없고 주요 업무가 수사기관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공소청이 담당하는데 한계가 있다.
형사사법공조조약은 중앙기관이 직접 연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중대범죄수사청도 직무 수행과 관련해 직접 국제협력 활동을 할 수 있다. 즉 당사국과 신속하고 효율적인 공조를 위해서는 외교경로를 거치지 않고 법무부나 법무부가 지정한 기관이 상대국의 중앙기관과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조약상의 ‘중앙기관’에 기존의 법무부 외에 수사기관을 관할하는 정부조직을 추가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 한일 양국간에 체결된 형사사법공조조약 제2조에 의하면 일본의 중앙기관은 법무성이나 국가공안위원회 또는 이들이 지정한 기관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국가공안위원회는 경찰청을 관리하는 조직이므로 참고할 만하다 .
국제형사협력은 재외국민 보호와 직결
범죄의 국제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국가간 협력의 까다로운 요건과 절차로 인해 대형참사를 막지 못한 상징적 사건이 2001년 9.11테러다. 이를 계기로 미국과 유럽 각국은 정부 부처간의 칸막이를 낮추거나 통합하고 그 절차와 요건을 획기적으로 고쳤다. 오늘날 유럽연합(EU)은 회원국간에 발부된 영장을 서로 승인해 집행하거나 수사당국 간 소통에 첨단 정보통신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국제형사협력에 관한 법제도 및 운용방식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범죄예방과 철저한 국가형벌권의 행사를 담보하고 이러한 성과를 개발도상국에 꾸준히 지원함으로써 재외국민 보호 및 국제사회의 안전 보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법무법인 (유)클라스한결 고문
도쿄대 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