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하르그섬 점령할 수 있을까
인천·노르망디·포클랜드의 교훈 … 드론·기뢰·지대공 미사일, 달라진 상륙전
작전 시나리오도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먼저 정밀유도무기로 방공망·미사일 기지·포병 전력을 무력화한다. 이후 해병원정단과 82공수사단, 특수부대가 오스프리로 공중강습하거나 상륙정으로 진입해 교두보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군사적 역량만 놓고 보면 미군이 수행하지 못할 작전은 아니다. 미군은 역사적으로 대담한 상륙작전을 여러 차례 성공시킨 전례가 있다.
1950년 인천상륙작전이 대표적이다. 맥아더 장군은 조수 간만의 차가 극심한 불리한 조건에서 기습 상륙을 감행해 전세를 단숨에 전환했다. 1944년 노르망디 상륙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륙양용 작전으로, 연합군은 막대한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압도적인 화력으로 독일의 해안 방어선을 돌파했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군은 8000km 밖 남대서양의 섬을 탈환했다. 공통점은 철저한 준비와 압도적 화력, 그리고 결정적인 기습이었다.
문제는 점령 이후다. 하르그섬은 이란 본토 해안에서 불과 25km 떨어져 있다. 섬을 장악하는 순간, 이란의 미사일·드론·포병의 집중 표적이 된다. ‘점령하는 것’과 ‘유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인천도, 노르망디도, 포클랜드도 점령 이후 전선이 내륙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하르그섬엔 내륙이 없다. 발을 딛는 순간부터 이란 본토의 화력이 그 좁은 섬 전체를 향하게 된다.
상륙 과정 자체도 간단치 않다. 해상 접근로엔 기뢰와 대함미사일 위협이 도사리고, 공중 투입 경로는 드론과 지상 화력에 노출된다. 더구나 이란이 협상 국면에서 하르그섬 방어 역량을 꾸준히 강화해온 점도 변수다. 섬 주변 해역에 대한 기뢰 부설 능력과 드론 전력은 최근 수년간 상당히 고도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형 드론 하나가 상륙정을 무력화할 수 있는 현재의 전장 환경은 과거 대규모 상륙전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보급로가 차단되면 점령군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 방어를 위해 병력과 방공자산을 장기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애초에 기대했던 군사적 효율성도 급격히 저하된다. 점령군 보호를 위해 추가 전력을 계속 투입해야 하는 악순환, 이것이 하르그섬 시나리오의 핵심 약점으로 꼽힌다.
정치적 파장도 만만치 않다. 이란 영토에 미 지상군이 진입하는 순간 ‘제한적 압박’이라는 전제는 성립하기 어렵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역내 미군 기지 타격, 석유 시설 자체 파괴라는 카드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다. 유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 충격이 뒤따르고, 국지 작전이 역내 전면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론은 명확하다. “점령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조건부로 긍정할 수 있다. 그러나 “점령하고 버틸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전문가들의 판단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하르그섬 점령론은 실행 가능한 작전안이라기보다,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압박 카드에 더 가깝다는 분석이 우세하다고 FT는 분석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