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그들만의 군대, 이란 혁명수비대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이란 공격에서 압도적 군사력을 과시했지만 이란의 만만치 않은 맞불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맞불 공격의 주된 세력은 다름 아닌 이란의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이다.
개전 초기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과는 찬란했다. 이란 정권의 제1인자와 혁명수비대의 총사령관을 초반 공격에서 폭사시켰다. 이 정도의 성과를 거둔 것은 인공위성에 의한 정찰, 통신 감청, 그리고 인간 정보망에 의한 감시가 촘촘히 작동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일반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이란의 레이더망과 지휘통신망도 역시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한마디로 이란군은 두뇌와 눈, 신경망을 순식간에 상실한 상태였다고 할 수 있다.
남은 단계는 미군과 이스라엘군의 일방적이고 거리낌 없는 폭격과 파괴였으며 실제로 그렇게 진행됐다.
그러나 괴멸의 위기에서 혁명수비대가 보여준 저항은 단기간에 무조건 항복을 꿈꾸던 미국을 당황 속으로 몰아넣었다. 혁명수비대는 비대칭 방식의 전쟁으로 조기종결을 바라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속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혁명수비대는 모자이크 방어와 비대칭 무기로 비대칭 전술을 구사했다.
혁명수비대 지휘체계는 분권형 형태
이란 혁명수비대의 지휘체계는 통상적 군 지휘구조인 중앙집권형과 달리 특이하게도 분권형 형태다. 중앙집권형 지휘구조는 중앙 지휘소가 정지되면 군 전체가 마비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군 최고 수뇌부가 붕괴하자 각 주마다 배치된 31개 중간 지휘소가 독립적으로 움직였다. 각 중간 지휘관은 사전에 하달된 ‘일반 지침’에 따라 보유한 미사일 드론 등을 이용해 군사작전을 실행했다. 이른바 ‘모자이크 방어’ 체계이다.
혁명수비대의 이런 체계는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함께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이 사망했는데도 연이은 보복공격을 가능하게 했다. 이것은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가 공화국수비대라는 정예부대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초반 공격에 통신망 파괴로 지리멸렬했던 사례와 대비된다.
또 이란은 혁명수비대의 반격 활동에 힘입어 ‘제2전선’을 협박하고 있다. 미국 등이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베트남전에서처럼 전쟁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란은 사막 지형과 함께 험준한 산악이 연이어져 게릴라전에 유리하다.
혁명수비대는 무장에서 비대칭 무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지금까지 국제적 비난을 받아온 핵무기와 미사일의 개발 생산도 혁명수비대가 앞장섰다. 드론 분야에서는 이란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서 있다. 혁명수비대는 값싼 가격과 무차별적 타격으로 유명해진 샤헤드 136 드론을 대량 보유했다. 샤헤드 136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량 수출될 정도로 효용성을 인정받고 있다.
또 혁명수비대는 해상 전력으로 ‘모기함대’라는 비대칭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2026년 밀리터리 밸런스에 따르면 이란의 소형 고속정은 194척이다. 혁명수비대가 133척이고, 이란 해군이 61척을 보유했다. 중요 수역인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을 담당한 혁명수비대는 함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며 고속으로 가상 미 항공모함에 돌진하는 훈련을 과거 수차례 실시했다. 이번 ‘장대한 분노’ 군사작전에서 미 항모와 이지스 함대는 이란에서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해상에 머물러야 했다.
국가와 국민 아닌 신정체제 사수하는 군대
그렇지만 혁명수비대가 충성하는 대상은 이란 국가와 국민이 아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 정규군과 별도 조직으로 종교 최고지도자(아야툴라)를 중심으로 하는 신정체제를 사수하고 있다. 혁명수비대의 예산은 석유 수출대금의 일부를 할당받는 등 국가 예산과 별도의 수입원을 갖고 있어서 행정부와 제도적으로 분리돼 있다.
군과 국민과의 관계는 물과 물고기라고 했다. 둘은 상호 의존적이며 불가분의 관계라는 뜻이다. 국민을 떠난 군대는 행동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말로는 좋지 않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12.3 내란을 일으킨 일부 군 장교들은 국민이 아닌 윤석열 일당에 충성하지 않았던가. 이란전쟁 승패에 관계없이 혁명수비대의 앞날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이유다.
동아시아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