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중독과 전쟁” 전 세계 속도전 … 국내 ‘알고리즘 규제’ 입법 지지부진
정통망법 개정안 다수 계류 후순위로 밀려 ‘제자리걸음’
최근 미국 법원이 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중독 책임이 빅테크 기업에 있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파장이 일고 있다. SNS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여러 국가는 이미 강력한 규제책을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우리 국회에서도 청소년을 유해한 디지털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입법이 이어지고 있지만 법안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는 청소년의 SNS 이용 및 알고리즘 규제를 골자로 한 다수 법안(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법안들은 세부적 규제 수위와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청소년 보호’라는 큰 틀에서는 궤를 같이한다.
특히 중독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는 ‘추천 알고리즘’을 겨냥한 법안들이 주를 이룬다. 지난 2024년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미성년자 이용 시 알고리즘 게시물 알림을 제한하고 콘텐츠를 시간순으로 노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같은당 안철수 의원은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원칙적으로 알고리즘 추천을 금지하되, 보호자 동의 시에만 예외를 두는 규제안을 발의했다. 자정부터 오전 6시 사이에는 보호자의 추가적인 동의가 있어야만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SNS 중독 방지를 위해 이용 시간과 데이터 처리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입법도 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16세 미만 청소년의 일별 이용 한도 설정과 알고리즘 허용 여부에 대해 반드시 친권자 확인을 받도록 했으며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알고리즘 기능을 기본값으로 제한하고 위험 경고 고지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했다.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인정보 자동화 처리 및 맞춤형 광고 제공 시 부모와 아동의 동의를 필수로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가입 단계부터 엄격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개정안도 제출돼 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14세 미만 아동의 SNS 회원가입 승낙 거부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같은당 이연희 의원 역시 14세 미만 가입 시 보호자 동의를 명확히 하고 위반 시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입법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과방위 관계자는 “여야 모두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지만 다른 쟁점 법안들에 밀려 심사가 계속 밀리고 있다”며 “법안심사소위에서 공청회 개최가 거론됐지만 아직 열리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복잡한 이해관계에 따른 업계 반발도 입법이 지연되는 다른 이유다. 또 다른 과방위 관계자는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법처럼 교육 현장에 한정된 법은 빠르게 통과됐지만, SNS 규제는 이해관계자가 너무 다양하다”면서 “IT기업은 물론 SNS를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소상공인까지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알고리즘 규제가 기업의 수익 모델과 직결되다 보니 입법 동력이 약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외 국가들은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움직이고 있다. 호주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SNS 접근을 전면 차단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시행에 들어갔다. 부모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계정 생성을 막고 이를 위반하는 플랫폼에 최대 4950만호주달러(약 473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호주에 이어 두번째로 인도네시아가 지난 28일부터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고위험 SNS 이용 금지 조치를 전격 시행했다. 프랑스는 올해 9월부터 15세 미만 미성년자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며, 미국에서도 플로리다주(14세 미만)와 유타주(18세 미만) 등이 계정 보유 금지나 심야 이용 제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