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 결산시즌 앞두고 "닛케이지수 10만까지 간다"
“기업실적 개선세 지속, 3~4년후 현실화 가능”
상장기업 주당 이익 40% 상승, PER 24배 전제
일본 기업 대다수는 해마다 3월 말 결산이 이뤄진다. 일본 도쿄증시 주변에서도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꿈의 지수인 닛케이평균지수가 10만포인트까지 갈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지금보다 두배 수준으로 높아지는 셈이어서, 코스피 1만포인트에 대한 기대감과 비슷하다.
실제로 닛케이지수는 30일 종가(5만1885) 기준 2023년 3월 말(2만8000) 대비 3년 만에 두배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달 말 역대 최고치(5만8850)로 보면 두배가 넘는다. 일본 증시 관련 전문지 ‘닛케이베리타스’는 최근 “닛케이지수 구성 종목의 주당 이익(EPS)이 2030년까지 40% 상승할 전망”이라며 “여기에 주가수익률(PER)을 현재 19.7배에서 24배로 올리면 지수 10만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2030년까지 EPS 40% 상승 기대 = 닛케이베리타스는 일본 금융 및 증권 정보업체 QUICK사의 장기 실적전망치를 기초로 기업 가치를 추산했다. 현재 닛케이지수를 구성하는 225개 종목이 2030년까지 바뀌지 않는다는 전제로 전체 EPS는 올해 3006엔 수준에서 2030년 4244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PER을 현재 수준인 20배로 하면 2030년 닛케이지수는 8만4900포인트, 24배로 올리면 10만1800포인트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시구로 히데유키 노무라어셋먼트 수석전략가는 “닛케이지수 평균 10만은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2031~32년에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시구로 수석은 “일본 주식의 EPS는 디플레이션 하에서도 연 7% 정도 성장해 왔고, 인플레이션율 3%를 가정하면 연간 10% 정도 성장할 수 있다”면서 “PER이 일정하다고 하더라도 10만까지 달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2030년 전후 일본 주식시장을 이끌 종목은 무엇일까. 기업의 실적으로만 보면 여전히 도요타자동차가 가장 앞에 있다.QUICK의 예상 실적에 따르면 도요타는 2030년3월기(2029년4월~2030년3월기) 5조659억엔(약 48조원)의 순이익이 예상된다. 미쓰비시UFJ 등 3대 대형은행도 상위에 들었다.
특히 반도체 메모리 업체 키옥시아의 2030년 순익은 3조6560억엔(약 34조원)으로 지난해 대비 13배 수준으로 예상했다. AI데이터센터 등 관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이 회사 주력제품인 메모리 시장 활황이 지속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에는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의 추세에 적극 대응한다는 전제가 있다. 전문가들은 도요타가 급변하는 자동차산업 환경에 적극 대처해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기우라 세이지 도카이도쿄인텔리전스 수석애널리스트는 “도요타가 자동차 이외에 가능한 비즈니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도요타는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폭넓은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음달 1일 새로 취임하는 곤 겐타 CEO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성장의 지속은 판매금융이나 자동차 소프트웨어 분야 등에서 생길 것”이라며 “전세계에서 1억5000만대의 도요타 자동차가 주행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잠재력”이라고 말했다.
도요타는 기업가치의 지속적 개선을 가늠하는 척도로 자기자본이익률(ROE) 20%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도요타 ROE는 10% 수준에 그쳐 단순한 자동차 제조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얼마나 만들어 내느냐가 관건이다. 야나기 료헤이 와세다대학 교수는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이 ROE를 글로벌 우량기업 수준인 20%를 목표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며 “이는 일본 주식 전체의 과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올 여름 5년 만에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침 개정 = 일본 금융당국은 올해 여름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지침을 5년 만에 새롭게 내놓을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기업이 보유한 현금의 사용처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내 유보금을 싸놓지 말고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등 주주환원을 더 확대하거나 미래 먹거리를 위해 투자에 힘을 쏟으라는 의미다.
특히 도쿄증권거래소의 개혁 요구로 주주환원이 상당 수준 향상된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은 미래 성장투자로 쏠리고 있다. 구스노기 겐 히토츠바시대학 교수는 “주주환원은 이제 어느 정도하고 미래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구스노기 교수는 대표적으로 전형적인 옛 일본 대기업에서 반도체 재료를 만드는 기업으로 탈바꿈한 레조낙홀딩스(4004)와 니혼토쿠슈도교(5334)를 예로 들었다.
니혼토쿠슈도교는 적극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을 모색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6월 전기자동차(EV) 부품과 반도체 제조장치를 만드는 도시바 계열 도시바메터리얼을 1500억엔(약 1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이어서 지난해 9월에는 도요타 계열 덴소(6902)로부터 자동차 엔진 점화 장치 사업을 1800억엔(약 1조7000억원)에 매수했다. 이 분야 전세계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건설 및 부동산기업의 변화도 새롭다. 세이부홀딩스(9024)는 24년 5월 발표한 장기전략에서 토지 보유를 전제로 하는 부동산 사업에서 자산유동화로 전환하기로 했다. 유동화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적극적 재투자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도쿄에 있는 아카사카프린스호텔이 있던 터에 건설한 복합빌딩 ‘도쿄가든테라스’를 미국 블랙스톤에 약 4000억엔(약 3조8000억원)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세이부그룹 성장의 상징을 매각해 자본효율성을 높이고 기업 가치를 향상하겠다는 의도다. 세이부홀딩스 주가는 2024년 3월 말에 비해 81% 상승했다. 부동산을 기반으로하는 철도 대기업 JR동일본(9020)의 주가가 같은 기간 26%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야나기 료헤이 와세다대학 교수는 일본 기업이 대형 주거래 은행과 유착한 거버넌스에서 주주를 위한 지배구조로 이행하면서 향후 주가는 더 상승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야나기 교수는 “일본 주식의 PBR은 1.6배 정도이고 ROE는 9% 수준”이라며 “이를 미국 수준인 ROE 15%까지 끌어 올리면 닛케이지수는 10만까지 간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