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예쁜 화장품 넘어 성분으로 승부

2026-03-31 13:00:08 게재

전문의 참여 고기능성 ‘닥터템’ 부상 … 성분·임상 데이터 기반 소비 확산

국내 K뷰티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보이는 아름다움’ 경쟁에서 벗어나, 입증된 성분과 효과를 앞세운 ‘고기능성 케어’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소비자들이 제품 선택 기준을 성분과 효능으로 옮기면서 시장 전반 경쟁 구도도 달라지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정보 접근성 확대가 있다. 온라인과 SNS를 통해 화장품 성분과 원료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면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브랜드 이미지나 광고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제품 전성분을 직접 확인하고 기능성을 비교하는 ‘성분 중심 소비’가 일상화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에스트라 프랑스 파리 세포라 매장 매대. 사진 아모레퍼시픽 제공

이 과정에서 전문의가 개발에 참여한 이른바 ‘닥터템’이 새로운 성장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닥터템은 피부과 전문의 등 의료 전문가가 제품개발에 직접 참여해 성분설계부터 임상검증까지 관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제품 효능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31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닥터템 화장품 대표 사례로 아모레퍼시픽 ‘에스트라’가 꼽힌다. 에스트라는 병원 전용 화장품에서 출발해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확장하며 빠르게 입지를 구축했다. 대표 제품인 아토베리어365 크림은 누적 판매 1000만개를 돌파했고 올리브영과 같은 헬스뷰티채널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성분중심 피부관리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해외시장에서도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에스트라는 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와 협업을 통해 북미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유럽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17개국 오프라인 매장에 순차 입점하며 글로벌 K더마 브랜드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리필드 탈모제품 모음. 사진 콘스탄트 제공

두피와 탈모관리시장에서도 성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콘스탄트 ‘리필드’는 서울대 출신 피부과 전문의가 개발한 특허 성분 ‘cADPR’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해당 성분은 모발 성장에 중요한 모유두 세포를 활성화하는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관련 연구 논문이 국제 학술지에 등재되며 공신력을 확보했다.

리필드는 이 성분을 적용한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특히 SNS와 뷰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확산되면서 높은 재구매율을 기록했고, 2년 연속 3배이상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성분과 효능 중심 소비가 실제 시장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닥터지 역시 성분 중심 전략으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피부과 전문의가 개발한 브랜드로, 민감피부를 위한 진정성분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왔다. ‘레드 블레미쉬 라인’은 누적 판매 3200만개를 넘어서며 장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엑소좀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까지 선보이며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바노바기는 메디컬 에스테틱 기반 브랜드로 성분 설계 철학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비타 제닉 젤리 마스크’는 누적 판매 9000만장을 기록하며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었고, 이를 기반으로 앰플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엘지생활건강 CNP. 사진 엘지셍활건강 제공

LG생활건강 더마 브랜드 ‘CNP’도 성분 중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프로폴리스 성분을 활용한 앰플 제품은 출시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고기능성 라인 ‘더마앤서’를 통해 북미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처럼 K뷰티 시장은 구조적인 전환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브랜드 이미지와 패키지 디자인이 제품 경쟁력을 좌우했다면, 현재는 성분과 임상 데이터 기반의 기술력이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 행태 역시 크게 달라졌다. 제품 구매 전 성분표를 확인하고, 유효 성분과 기능성을 비교하는 ‘체크슈머’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마케팅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제품 자체 효능과 성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장기적인 흐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성분과 기술력 중심의 차별화가 필수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예쁜 화장품이 아니라 자신의 피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한다”며 “전문의 참여와 임상 데이터 기반 제품이 K뷰티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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