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1000억 손배소’ 패소

2026-04-02 11:24:45 게재

법원 “전환사채, 자본 분류해야” 판결

라이노스자산 ‘IPO 회피로 손해’ 소송

게임 ‘로스트아크’ 개발사 스마일게이트와 투자자 라이노스자산운용 간 1000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투자자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1부(남인수 부장판사)는 2일 오전 미래에셋증권이 스마일게이트를 상대로 제기한 1000억원의 손해배상 및 매매대금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000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이 소송에서 미래에셋증권은 법적 원고로, 실질 당사자는 미래에셋을 통해 200억원 규모의 스마일게이트 전환사채(CB)를 매입한 라이노스자산운용이다. 라이노스는 스마일게이트가 계약대로 주식시장 상장(IPO)을 추진하지 않아 손해를 봤다며 2023년 11월 100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에 따르면 라이노스는 2017년 12월 CB 200억원어치를 매입하면서 스마일게이트와 ‘만기(2023년 12월 20일) 직전 사업연도(2022년) 당기순이익이 120억원 이상일 경우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스마일게이트는 2022년 영업이익 3641억원을 달성하며 기업가치가 8조원대에 달하는 유니콘이 됐다. 하지만 스마일게이트는 기업가치 상승에 따라 5357억원의 CB 평가손실이 발생했다며 이를 당기순손실로 반영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근거로 기업가치가 오르면 전환권 가치 등이 커진 만큼 부채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스마일게이트는 그 결과 당기순손실 1426억원으로 상장요건(당기순이익 120억원)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IPO를 미뤘다.

이에 대해 라이노스는 금융감독원의 질의회신을 근거로 “CB를 부채로도 자본으로도 인식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었음에도 스마일게이트가 상장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부채로 계상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스마일게이트는 상장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기에 상장추진 의무가 소멸됐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전환권을 살피면 자본으로도 부채로도 분류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원피고의 계약에 근거해 보면 피고는 전환권을 자본으로 분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사업실적이 좋아져 순이익이 높아질수록 상장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데, 이때 전환권을 부채로 평가해 손실을 인식하면 다시 이익이 줄어 상장 의무가 사라지는 ‘순환 논리’에 빠지게 된다”며 “이런 논리를 적용하면 계약에 따른 상장 추진 의무는 사실상 형해화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같은 회계처리는 ‘자본구조 등에 중대한 변경’으로 양측의 계약상 원고의 동의를 받아야 할 의무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피고는 상장추진 의무, 나아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스마일게이트의 기업가치를 8조800억원으로 평가하면서 원고의 지분율 6.413%를 적용해 5180억상당이 원고의 몫이라고 봤다. 여기에 책임제한 70%를 고려하고 공정가치 현금흐름할인법을 적용해 원고의 손해액을 3627억원으로 산정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손해의 일부인 1000억원을 명시적으로 구하고 있다”며 피고에게 이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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