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조선 권력구조 데이터로 복원

2026-04-04 22:49:55 게재

계유정난·관료 경력 1만4600명 분석

연구팀 “후기 권력 집중, 붕괴로 이어져”

국내 대학 연구진이 조선 관료 1만4600여명의 경력 데이터를 분석해 ‘계유정난’ 등 권력 변동기의 구조와 조선 후기 붕괴 원인을 정량적으로 규명했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박주용 교수 연구팀은 홍콩침례대학, 홍콩대학교 연구진과 공동으로 조선왕조실록과 문과방목을 분석해 조선 관료 사회의 작동 메커니즘을 밝혔다고 3일 밝혔다.

연구팀은 관직의 높이와 재직 기간을 결합한 ‘총성공지표’를 개발해 관료의 성공을 수치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약 400년간 관료 경력 패턴을 추적한 결과, 조선 전기에는 출신 가문과 개인 성취 간 상관관계가 일정 수준 유지되며 비교적 안정적인 구조가 작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조선 후기로 갈수록 특정 가문에 권력이 집중되면서 관료 계층화가 급격히 심화됐다. 안동 김씨, 풍양 조씨 등 유력 가문이 과거 급제와 고위 관직을 장악하면서 공정한 인재 등용 체계가 붕괴됐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구조 변화가 단순한 정치 사건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 전반의 붕괴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조선의 쇠퇴는 특정 사건이 아닌 장기적 구조 변화의 결과라는 점을 데이터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특히 1453년 계유정난을 분석한 결과, 세조 측 인물은 권력 핵심으로 이동하고 반대 세력은 숙청되는 등 권력 네트워크 변화가 관료 경력에 직접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디지털 인문학과 복합계 과학 방법론을 결합해 역사 연구를 정량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 결과는 통계물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Physica A’에 게재됐다.

박주용 교수는 “국가의 흥망은 개인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며 “공정한 인재 등용 체계가 무너질 경우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도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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