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결사의 자유’ 제한하는 시대착오적 법

2026-04-06 13:00:01 게재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사회적 활력을 증진하는 데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기틀이 되는 법령 중에는 과거의 통제중심적 사고에 갇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비영리법인 설립을 ‘허가’ 사항으로 묶어둔 제도다.

수년간 비법인 사단으로 활동하며 청소년들을 교육하고, 다수의 지원기관으로부터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던 시민활동가조차 비영리법인 설립 과정에서 주무관청의 ‘재량행정’ 벽에 가로막혔다. 정치 활동과는 무관한 단체임에도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는가 하면, 주무관청은 구체적인 기준금액조차 제시하지 않은 채 무작정 기본재산이 충분하지 않다며 설립서류를 수차례 반려했다. 현장의 전문성이 행정의 자의적 판단 앞에서 무력해진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개인의 경험에 그치지 않는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YWCA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YWCA연합회는 지난 2019년부터 5년간 전국 50개 지역YWCA를 독립법인화하는 조직 재구조화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공익법인의 설립과 분할, 합병 등에 대한 법률 미비와 복잡한 행정절차로 인해 번거로움을 겪어야 했다. 공신력 있는 대형 단체조차 제도적 결함 앞에서 상당한 진통을 감내해야 했던 것이다.

현장에서는 비영리법인 허가주의 제도가 지닌 불합리성을 실감하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 민법이 고수하고 있는 ‘비영리법인 허가주의’는 민법 제정 당시 국가가 시민사회에서 만들어지는 정당이나 노조에 대해 가졌던 우려와 통제 욕구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국가가 후견적인 입장에서 국민의 자율성을 신뢰하지 못하고 통제하려 드는 구태의연한 사고의 반영인 셈이다. 선진화된 사회일수록 ‘결사의 자유’를 존중하며 비영리법인 설립에 대해 허가주의 대신 준칙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비영리법인 허가주의를 골자로 한 민법 32조는 현재 위헌법률 심판대에 올라 있다. 이 위헌 소송을 계기로 지난 1일 열린 토론회 현장은 각자의 방식으로 국가가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적 과제를 짊어진 NGO와 공익활동가들의 열기로 생동감이 넘쳤다. 이들이 지닌 사회적 활력을 북돋울지 아니면 낡은 규제의 틀로 꺾어버릴지는 결국 입법부에 달렸다.

비영리법인 설립 제도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지난 10년이 넘도록 이어졌으나 번번이 후순위로 밀리며 임기 만료로 폐기되는 과정을 반복했다.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사이 법은 결국 위헌심판을 받게 됐다.

이미 위헌 결정을 받고도 방치된 법이 수두룩한 현실은 국회의 직무유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회는 소모적인 정쟁에서 벗어나 국민 생활에 걸림돌이 되는 낡은 법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박소원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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