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육과 치안, 지역 맞춤형 책임정치 필요하다
군산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고민이 많다. 우리 아이의 일상을 지키는 ‘안전’과 미래 세대를 길러내는 ‘교육’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재 지역의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 보면 이 두 가지 핵심 영역에서 지역 주민의 권리는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
지역의 치안을 총괄하는 경찰서장도, 아이들의 학습 환경을 책임지는 학교의 교장도 모두 중앙정부나 광역 단위의 ‘윗선’이 임명하여 내려보낸다. 인사권이 중앙과 상급 기관에 종속되어 있다 보니 이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지역 주민의 절박한 목소리보다는 인사권자의 의중을 향할 수밖에 없다. 지방의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지역 도시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 낡은 하향식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뒤집어야 한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완성은 치안과 교육 행정의 권한을 지역 사회로 온전히 이양하는 데 있다고 입을 모은다. 즉, 학교 교장과 경찰서장을 주민의 손으로 직접 선출하거나 그에 준하는 강한 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주민 통제’를 강화하는 상징적이자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진일보인 것이다.
낡은 하향식 패러다임 뒤짚어야
물론 현행법상 당장 경찰서장과 교장을 주민 직접 선거로 선출하는 것은 현실적인 벽에 부딪힐 수 있다. 따라서 실현 가능한 현실형 2단계 접근 전략을 통해 지역 맞춤형 책임정치의 뿌리를 내려야 한다. 그 첫걸음인 즉시 시행 과제는 ‘교육·치안 책임협약’의 전면적인 도입이다.
윗선에서 임명된 경찰서장과 교장이라 할지라도, 부임과 동시에 지역 사회와 성과 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협약하고, 매 분기마다 주민들 앞에 직접 서서 성과를 보고하는 ‘주민보고회’를 의무화해야 한다. 밀실에서 이루어지던 행정 평가를 광장으로 끌어내어 시민의 날카로운 감시망 아래 두는 것만으로도, 교육과 치안 정책의 투명성과 책임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나아가 중기적 과제로는 법과 제도의 틀을 흔드는 담대한 도전이 필요하다. 단순히 보고를 받는 수준을 넘어, 주민의 평가 결과를 인사 고과에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기관장 임명 시 지역 사회의 추천권을 대폭 확대하는 등 ‘선출에 준하는 강력한 통제장치’를 제도화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우리 동네의 치안 책임자와 교육 책임자를 시민이 직접 선출하는 완전한 자치 시대로 나아가는 견고한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이러한 로컬 책임정치의 구현은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토목 공사가 아니다. 정보 공개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청회를 정례화하는 최소한의 운영비만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으며, 중앙정부 및 광역자치단체의 협업 사업과 연계한다면 재정적 부담 없이 추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제도의 성공을 가늠하는 잣대다. 관 주도의 모호한 평가가 아니라 주민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범죄 체감 지수’ 등과 그리고 약속한 정책의 ‘이행률’이라는 명확하고 날 선 핵심성과지표로 그 성패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주민통제형 책임정치 구현으로
안전하지 않은 거리, 교육의 질이 담보되지 않는 학교를 방치한 채 도시의 부흥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교육과 치안의 주권을 주민에게 돌려주는 ‘우리 아이·우리 안전’ 로컬 책임정치. 이것이 쇠퇴의 위기를 넘어 지속 가능한 자력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가장 먼저 들어 올려야 할 변화의 횃불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