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의무화하면서 인증은 자율?…주요국, 동시 의무화

2026-04-07 13:00:02 게재

정부, 2028년부터 단계적 시행 계획

“공시 대상 확대 필요, 인증 의무화도”

한국공인회계사회 포럼 ‘개선안 제시’

금융당국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의 단계적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주요 국가들의 의무화 속도에 비해 더디고 제3자 검증을 위한 인증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 기후시민단체, 국민연금을 비롯해 한국공인회계사회 포럼에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6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과 인증·감독 제도 도입 방안’을 주제로 개최한 지속가능성인증포럼에 발표자로 나온 권세원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제적인 공시 속도에 비춰볼 때, 최초 공시 기업의 기준을 보다 완화(공시대상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로드맵에 인증 의무화 일정 및 인증인이 갖춰야할 요건에 대한 기본 원칙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인증 의무화는 공시와 동시에 시행하거나 1년 후에 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주요 국가들은 기업들의 ESG 공시에 대해 인증기관이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인증을 수행하도록 감독제도를 마련하는 등 공시 의무화와 동시에 인증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로드맵에는 공시 의무화 도입 초기에 자율 인증을 받도록 하고, 이후 주요국 동향을 반영해 단계적 의무화 방안 및 인증기관 규율체계 마련을 검토하겠다는 내용만 담겼다.

권 교수는 “현재 재무제표 품질 감독과 유사하게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과 같이 금융당국(정책·집행), 품질감독(표본검사 및 제재), 국가 인증 체계(인증기관 인증)를 기능별로 분담하는 방안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감독정책 및 의결을 현재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하고 집행은 금융감독원, 직역단체 보완은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하는 구조를 ESG 공시와 인증에도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김예원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날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인증·감독제도 동향 및 시사점’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EU 국가를 비롯한 다수의 국가에서 지속가능성(ESG) 공시와 인증 의무를 법제화해 운영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는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의무를 전통적인 재무정보 공시에 대한 규제와 병행해 운영하고 있으며 각국의 상황에 따라 적합한 법령에 지속가능성 정보공시의무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대부분의 국가에서 전통적인 재무정보 공시 감독기관이 지속가능성 정보공시 또한 감독하는 체계를 보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EU는 2022년 11월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법안(CSRD)을 채택해 각 회원국에 2024년 7월까지 법제화할 것을 요구했다. 2024회계연도부터 순차적으로 공시의무를 개시했으며 CSRD가 적용되는 회계연도부터 인증을 ‘제한적 확신’ 수준으로 의무화했다. 제한적 확신은 전수 검증이 아닌 일부 절차와 표본 점검을 기반으로 공시 내용에 중대한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EU 회원국들은 이미 단계적으로 ESG 공시 의무화를 시행했으며 공시 개시 연도부터 인증을 의무화했다. 싱가포르는 2025회계연도부터 상장사에 대해 단계적 공시 의무화를 시행했고, 인증은 2029회계연도부터 의무화했다.

일본은 2026회계연도부터 시총 3조엔 이상 상장사에 적용하고, 공시 의무화 1년 후부터 인증 의무화를 시행할 예정이다.

국내 감독제도 도입 방향과 관련해 권세원 교수는 “독립성과 전문성에 대한 법적 요건 충족 여부를 인증인의 자격요건으로 해야 한다”며 “인증인에게 회계감사에 준하는 윤리·독립·객관성 기준을 명시하고, 감사위원회가 인증인의 독립성을 검토·감시 의무를 수행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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