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3개월 전쟁 염두 편성…2차 추경, 재정 여력 봐가며 판단”

2026-04-07 13:00:02 게재

26조 ‘전쟁 추경’ 놓고 여야 격돌… ‘민생방파제’냐 ‘스태그플레이션’이냐

박홍근 장관 “0.2%p 성장률 제고 효과… 선거 무관한 경제 심폐소생술”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3고(고유가·고물가·고환율)’ 위기가 한반도를 덮친 가운데,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26조2000억원 규모의 ‘전쟁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둘러싼 여야의 날 선 공방전이 펼쳐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선제적 방파제’를 내세우며 10일 본회의 처리를 못 박았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의 초입’이라며 재정살포에 따른 부작용을 경고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추경은 중동전쟁이 3개월 가량 이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편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석유 최고가격제’ 유지 등을 위한 기업 보전금과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직접 지원 예산 사이의 극명한 의견 차이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민석 국무총리(가운데)가 6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왼쪽),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선제적, 과감하게 대응해야” = 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질의에 나선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추경안이 중동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보수적이라고 지적하며 대폭적인 지원 확대를 주문했다. 오 의원은 “대외 충격이 우리 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며 “남들이 볼 때 너무 심하다고 할 정도로 선제 대응해야 경제가 받는 타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 의원은 구체적인 보완책으로 △석유화학 업계의 나프타 수입 단가 상승분에 대한 차액 보전율을 현행 50%에서 80%로 확대할 것 △차액 보전 대상을 기초유분 및 중간제품까지 넓힐 것 △태양광 베란다 지원 사업 등 에너지 전환 예산의 중앙정부 부담 비중을 대폭 인상할 것 등을 제안했다.

정부 부처 수장들도 일단 추경의 필요성에는 궤를 같이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번 추경이 집행될 경우 경제성장률을 약 0.2%p 제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추경 확대가 오히려 물가와 환율을 자극해 서민 경제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논리로 맞섰다.

박수영 의원은 장중 1536원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과 3.4%대까지 올라온 국고채 금리를 언급하며 “우리 경제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규정했다.

박 의원은 특히 환율 폭등의 원인을 정부의 유동성 관리 실패에서 찾았다. 그는 “지난해 7월 소비쿠폰 13조원을 살포한 이후 광의통화(M2)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우리 돈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대규모 추경을 집행하면 총수요가 늘어나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민생은 더 도탄에 빠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 펀더멘털은 견고” = 답변에 나선 정부는 야당의 스태그플레이션 주장을 ‘일시적 변동’으로 일축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현재의 물가와 환율 불안은 중동이라는 외생 변수에 의한 급격하고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춰볼 때 지금의 환율 수준은 조금 이상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추경의 설계 원칙과 관련해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번 추경안은 중동전쟁 상황이 약 3개월 정도 지속될 것을 염두에 두고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원유 수급 난항을 단기적 위기로 상정했다는 뜻이다.

다만 전쟁이 6개월 이상 장기화될 경우의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대비책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홍근 장관은 2차 추경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상황이 정말 장기화되거나 추가적으로 심대한 타격이 있을 경우에는 재정 여력을 봐가며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며 신중론을 유지했다.

◆10일 추경처리 가능할까 = 에너지 안보에 대한 정부의 자신감도 피력됐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액화천연가스(LNG)는 연말까지 사용할 물량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나프타 수급 역시 일일 모니터링 체계를 통해 관리하고 있어 산업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원자력 발전을 최대한 활용해 전기료 인상 압박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구체적인 몇몇 국가와 원유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 중이며, 국내 정유업계가 중동산 중질유 대신 경질유를 정제할 수 있도록 시설 개보수를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여야의 시각차에도 불구하고, 고유가로 인한 서민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여야는 오는 10일 본회의 처리에 전격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7일부터 사흘간 추경안에 대한 증·감액 조정에 나선다.

이번 심사의 핵심쟁점은 정부가 제출한 ‘고유가 피해지원금’의 적정성과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 손실보전 금액의 적정성 여부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선심성 예산 삭감을, 민주당은 실질적 비용 보전 확대를 주장하고 있어 막판까지 치열한 수싸움이 예상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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