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시, 고유가 피해지원금 공방
이 대통령 “지원금이 지방에 부담? 말 안돼”
오 시장 “서울만 더 내는 추경, 형평성 안맞아”
정부와 서울시가 추경안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고유가 피해지원금의 지방 부담 부분이 갈등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7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시청에서 열린 중동상황 관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정부는 빚없는 추경을 내세우지만 실제 재정부담은 지방에 전가되고 있다”며 “특히 타 지자체에 비해 서울에만 더 불리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정당하지도 않다”고 정부를 겨냥했다.
고유가 피해지원금 마련을 위한 추경 재원을 정부와 지자체가 분담하는데다 다른 지자체 보다 서울이 더 많은 사업비를 부담하는 구조를 지적한 것이다. 오 시장은 “서울시민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반드시 바로잡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지자체 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일부 지자체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추경을 통해 지방에 보내는 교부세 9조7000억원 가운데 고유가 지원에 들어가는 예산은 1조3000억원”이라며 “둘 사이의 차이를 계산하면 지방 재정여력은 이번 추경은 통해 오히려 8조4000억원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정부가 80%, 지자체가 20%(서울 30%)를 부담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구조상 일부 지자체 부담이 불가피하며 그럼에도 재정 부담을 호소할 경우 해당 사업에서 빠져도 된다고 재차 반박에 나섰다.
◆추경 지원 ‘취약층’에 집중 = 이번 추경이 서울 보다 지방에 집중됐다는 지적은 틀리지 않다. 소득하위 70%인 3256만명에 지급되는 피해 지원금이 수도권 10만원, 비수도권 15만원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추경 배분을 서울-지방 구도가 아닌 ‘약자 배려 우선’ 기조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안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원금 차등 외에 인구 감소 지역에는 20만~25만원 지급, 차상위 계층과 한부모 가정 36만명에게 최대 50만원 지원, 기초수급자 285만명에게 최대 6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이 함께 담겼다. 도시 거주 시민과 농어민이 체감하는 고유가 피해의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중교통과 지역난방, 열병합 발전 등 저렴한 난방 인프라가 발달된 서울 등 수도권과 달리 난방유를 떼서 식물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경작 농민, 경유로 운행하는 어선으로 조업에 나서는 어민들은 유가가 폭등해 일을 할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도시나 시골이나 어려운 건 마찬가지겠지만 도시민이 겪는 어려움이 비용 부담이라면 농어민이 겪는 어려움은 생계 문제”라고 말했다.
축산업 농가를 담당하는 충남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내가 더 어렵다’는 목소리를 키우지 않고 함께 힘을 모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서울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돌리고 수천 수만 볼트 송전탑과 고압선을 감내하는 지방의 고통도 헤아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갈등 보다 실천 앞장선 시민들 = 시민들은 빠르게 고유가 대응 실천에 나섰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른바 뚜벅이족이 급속히 늘고 있다. 유가 상승 전인 2월 24~26일 서울의 대중교통 일평균 이용자는 2040만5849명이었으나 유가 변동 이후인 지난달 10~12일에는 2140만482명으로 약 100만명(99만4633명)이 증가했다. 부산도 비슷하다. 지하철 1~4호선 6개 환승역 이용자가 지난해 3월보다 약 47만명이 늘어난 997만4182명으로 5.0%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버스 이용객도 747만명에서 774만명으로 약 3.6% 증가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중동전쟁 여파 로 인해 코로나 사태 보다 더 큰 경제적 여러움이 닥칠 수 있다”며 “전력 부족, 생필품 가격 급등 등 더 큰 어려움을 대비하기 위해 갈등 보다 머리를 맞대고 국민들 동참을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