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디지털감리팀 신설 이후 ‘고의 분식회계 적발’ 증가

2026-04-08 13:00:06 게재

현장 감리 확대해 물증 확보 … 고의성 입증

과징금 부과 기업 중 절반 이상 검찰 고발·통보

금융당국이 기업의 고의 분식회계를 적발해 검찰에 보내는 사건이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024년 디지털감리팀을 신설한 이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회계업계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감사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도 디지털감리 확대를 통해 분식회계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8일 내일신문 취재결과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와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회계기준을 위반한 22개 기업에 대해 48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12개사(54.5%)를 검찰에 고발·통보했다.

회계기준위반 사건에 대해 금융당국은 위법행위의 동기에 따라 고의와 중과실 등으로 나누고 중요도에 따라 1~5단계까지 나눈다. 고의가 있고 중요도가 높으면 검찰 고발 조치를, 고의성은 있지만 중요도에 따라 검찰에 통보하는 조치를 한다. 검찰 고발과 통보 모두 고의성이 인정된 경우다.

금융당국은 2024년 과징금 부과 기업 20개사 중 9개사(45%)에 대한 고의 분식회계를 적발했고, 2023년은 15개사 중 7개사(46.9%)에 대해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고의 분식회계 적발 비율이 50%를 넘은 것은 2020년(52.9%) 이후 처음이며, 적발 건수는 지난해 가장 많았다.

금감원은 2024년 디지털감리팀을 신설하고 현장 감리를 확대했다. 디지털감리팀은 검사대상 회사시스템에서 직접 원본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표본 추출을 통한 검사에 그치지 않고 대용량 데이터에 대한 전수 검사가 가능해지면서 회계부정을 적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금감원은 그동안 규모가 큰 기업들의 회계부정 사건에 대해서만 주로 현장 감리를 진행해왔지만, 사실 확인이 필요한 경우 규모가 작은 기업들에 대해서도 현장에 나가고 있다.

IT전문성이 있는 디지털감리팀이 결합해 회사 내부 전산망에 있는 자료들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고의성을 입증할 물증 확보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감리팀 신설과 IT전문 인력 보강으로 현장 감리가 가능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증선위는 지난해 10월 주가조작 의혹으로 특별검찰팀 수사를 받고 있던 웰바이오텍과 구세현 전 대표이사 등 관련자들에 대해 전환사채(CB) 매각 손실 은폐 등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웰바이오텍은 제3자가 수행한 육가공 사업을 마치 회사가 영위하는 것처럼 회계처리를 해서 매출 및 매출원가를 허위계상하는 등 매출 부풀리기 혐의도 드러났다.

증선위는 또 종속회사 회계처리 위반 관련 충당부채 등을 계상하지 않고 소송에 따른 우발부채의 주석 공시를 누락한 혐의 등으로 STX와 대표이사를 검찰에 통보했다. STX마린서비스에 대해서는 외부감사 방해혐의 등도 적용해 회사와 전 대표이사와 담당 임원(현 대표이사)을 검찰에 고발했다.

금감원은 올초 영풍과 고려아연의 회계기준 위반혐의 감리를 마무리하고 두 회사 모두 고의에 의한 분식회계로 판단했다. 감리위원회도 지난 2일 분식회계 혐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마무리했으며, 증선위에서 제재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한편 금감원은 올해 회계심사와 감리업무 운영계획을 통해 “경미한 위반행위는 금융감독원장 경조치(주의·경고)로 신속히 종결하고, 경제적·사회적 중요성이 높은 사건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중점심사 회계이슈(투자자 약정, 전환사채 발행·투자 등), 한계기업 징후, 상장예정, 기타 위험요소, 장기 미감리(10년 이상) 등 사유를 표본심사 대상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회계오류수정과 회계부정 제보 등 위반혐의가 발견된 회사 등을 혐의심사 대상으로 선정해 문제점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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