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10년째 제자리 ‘상장사 회계감리 단축’

2026-04-07 13:00:01 게재

금융감독원이 코스피200 기업의 심사·감리주기를 현재 20년에서 10년으로 단축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다. 올해 회계심사·감리업무 기본방향에서 밝힌 내용이다. 시장 영향력이 큰 핵심 기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회계감리가 20년에 한번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회계부정 감시망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 크다. 2016년 말 금감원은 상장회사의 회계감리주기를 줄이기 위해 2017년부터 중점감리 비중을 5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1927개 상장회사 중 금감원의 회계감리를 받은 회사는 4%인 77개에 불과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서 상장회사들은 20~25년에 한 번꼴로 회계감리를 받게 됐다.

금감원은 10년 전에도 감리주기를 10년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그동안 목표만 되풀이했을 뿐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 감리주기 단축을 위해서는 기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있겠지만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력을 늘리지 않고 감리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겠다는 말은 결국 형식적인 감리를 하겠다는 것이고, 사실상 감리가 부실화될 수밖에 없다.

금감원도 조직과 인력 확보를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10년간 해결하지 못한 문제이지만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과 투자자보호를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출범시킨 후 인력 증원과 금감원 특별사법경찰 권한 확대 등을 속도감 있게 실행했다.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투자심리 개선과 함께 주식시장 상승 흐름과 맞물려 제도 개선의 실효성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불공정거래 근절과 함께 자본시장의 신뢰를 지탱하는 또 다른 한축은 회계투명성 확보다. 하지만 상장사 감리주기는 10년 넘게 변화가 없으며, 오히려 감리인력은 줄었다. 불공정거래 조사와 소비자보호에 금감원 인력이 대거 투입되면서 다른 부서의 인력이 전반적으로 줄었으며 회계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통령의 지시여서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제한된 인력구조에서 한쪽을 강화하면 한쪽이 약화되는 지극히 상식적인 문제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지 못한 채 감리주기 단축만을 강조한다면 회계감리의 실효성은 오히려 떨어지고 자본시장 신뢰 역시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꺼번에 조직과 인력을 늘리는 것은 전문성 확보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만큼 단계적 계획과 실행력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 더 이상 목표만 반복하는 ‘말뿐인 감리주기 단축’이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이경기 재정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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