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 때문 사탐런?…진로 적성 맞게 도전적으로
교육과정 대입전형 변화에 불안감 커져 … 대학측 “어렵더라도 필요한 과목 이수 노력 높게 평가”
[고교학점제 선택과목 기준]
올해 고2부터 고교학점제 체제의 선택 과목 수업이 본격화됐다. 고1은 중간고사를 끝내고 내년에 들을 과목을 고민해 결정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고2의 내신 ‘사탐런’이 뚜렷하고, 고1도 비슷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등급에 대한 부담 때문에 성적을 우선해 과목을 선택한 결과다. 한데 최근 공개된 주요 대학의 2028 대입 전형안에 따르면 수시·정시 가릴 것 없이 서류 평가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수시는 모든 전형에 정성 평가 요소를 도입하고, 정시는 학생부를 정량 또는 정성 평가하는 형태다. 현실적으로 고등학생의 학습은 대입을 고려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제도 변화 속 혼란을 겪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고교학점제 세대의 과목 선택 기준을 짚어본다.
올해 고2는 고교학점제 체제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대입을 치러야 하는 첫 세대다. 일선 학교 현장은 이전 교육과정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김용진 경기 동대부영석고 교사는 “내신에서 소위 ‘사탐런’이 뚜렷하다. 현 고3만 해도 자연 계열 지망생은 학교에서 보통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중 세 영역의 과목을 이수하고, 이 중 최소 두 영역은 Ⅱ과목(현 교육과정의 진로선택 과목)까지 배웠다. 이와 달리 현재 고2는 대체로 생명과학과 화학 두 영역을 선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한다. 이는 ‘등급’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현 고1, 2의 내신은 5등급으로 산출된다. 이를 두고 ‘상위 등급 학생이 급증했기에 1등급이 아니면 서울 소재 대학 진학이 어렵다’는 풍문이 확대되며 오히려 상위권 학생은 등급에 더 민감해졌다.
여기에 등급 산출 과목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전 교육과정의 진로선택 과목은 교과를 불문하고 등급 없이 성취도만 산출해 성적 부담이 낮았다. 하지만 새 교육과정에서는 사회·과학 융합선택 과목 9개와 예술/체육·교양 과목 외에는 모두 등급을 산출한다. 수능 탐구가 ‘통합사회’ ‘통합과학’에서 출제되면서 수능 대비를 위한 과학 과목 선택도 감소했다. 다른 교과도 난도가 높거나 선택 인원이 적은 과목은 수강생이 예년보다 줄었다. 과목 간 선택 양극화가 더 심해진 셈이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교육과정이 새로 도입됐고 내신 평가 체계도 변했으며 수능 역시 달라진다. 때문에 대학의 입학 전형 변화가 불가피하다. 예측이 어려워지면 학생·학부모의 불안은 커진다. 그렇다 보니 경험한 이가 없는 새로운 수능·대입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등급’에 과도하게 집중하게 된다. 그 결과 학생마다 다른 적성과 흥미, 역량에 맞게 공부할 수 있도록 과목 선택권을 넓힌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달리 특정 과목에 선택이 쏠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주요 대학 교과 평가 확대 잇단 예고
그렇다면 이 선택은 대입에서 경쟁력이 있을까? 4월에 2028 대입 전형이 발표되어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지난 2월 동국대 한양대 등은 2028 대입 전형안을 일부 공개했다. 한양대는 수시와 정시의 모든 전형에 정성 평가를 반영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학생부 교과 평가는 정량 평가(내신) 60%와 정성 평가(서류) 40%로 선발하는데, 내신 환산점을 보면 1등급은 100점, 2등급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큰 차이가 없도록 설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과전형 지원자의 성적이 조밀하게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당락은 정성 평가가 좌우할 전망이다. 정시는 ‘수능 90%+학생부 정성 평가 10%’로 선발한다. 지원자 집단의 수능 성적 차이가 미미한 만큼, 교과전형과 마찬가지로 학생부 정성 평가가 당락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학생부 정성 평가는 계열 적합성과 학교생활 성실도 위주로 보는데, 특히 자연 계열 학생은 수학·과학 과목을 충실하게 이수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동국대 역시 전형 전반에서 정성 평가를 확대한다. 지난해 고교 교육 기여 대학 지원 사업에서 고교학점제를 반영할 수 있는 전형 운영 계획을 제시하는 자율공모 부문에 선정돼 2028 대입부터 수시 비중을 60%에서 70%로 높이는 한편, 모든 전형에 정성 평가를 확대한다. 이때 가장 강조하는 것이 선택 과목이다. 학교에 따라 범위나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지원 모집 단위와 관련 있는 과목을 어렵더라도 적극적으로 이수했는지 살펴보겠다고 입을 모은다. 한양대만 하더라도 2028 수시 교과전형에서 내신 1~2등급의 차이를 적게 두겠다는 것은 결국 등급이 다소 낮아도 지원 계열에 맞는 어려운 과목에 도전해 자기 주도적인 학습 태도와 심층 학업 역량을 드러낸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의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효종 서울 서문여고 교사는 “대학은 지원자의 교과 이수 현황, 그중에서도 선택 과목을 통해 관련 역량을 살핀다. 특히 난도 높은 대학 수업을 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전공 연계 과목을 이수했는지를 눈여겨보는 경향이 있다”고 전한다.
등급만 고려하면 대입서 불이익 받을 수도
고교학점제에서 내신 5등급제가 도입됨에 따라 상위 10%까지 1등급을 받는다. 종전 9등급제의 4%와 비교하면 최상위 등급 학생이 2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1등급 밖으로 밀려났을 때 대입에서 큰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여기는 이유다.
한데 고교학점제 세대는 학생부에 등급과 성취도, 원점수가 함께 기재되고 이는 대입 전형 자료로 제공된다. 대학에서 검토할 자료가 늘어나는 만큼 아쉽게 낮은 등급을 받았다 해도 학업 역량을 평가받을 기회가 있다. 또 대입에서는 수시는 3학년 1학기까지, 정시는 3학년 2학기까지 배운 과목의 성적을 대학이 환산해 당락을 가른다. 현 고1·2는 한 과목을 한 학기에 마쳐야 하는 학기이수제가 도입돼 배우는 과목 수가 많아진다. 대다수 과목이 등급을 산출하기도 한다. 평균 등급이 하락할 수 있는 요소다.
부산시교육청 학력개발원 진로진학지원센터가 지난해 관내 88개 고교 고1 1만4331명의 1~2학기 평균 성적을 조사한 결과 모든 과목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은 187명으로, 전체의 1.3%로 나타났다. 9등급제 체제였던 2025학년 대학 신입생들이 고1 때 전 과목에서 1등급을 받은 비율(1.45%)과 큰 차이가 없었다. 1학기가 끝나고 조사했을 때의 전 과목 1등급 학생 비율(2.07%)보다 0.63%p 하락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전 과목 1등급을 2학기까지 유지한 학생이 60%에 그쳤다는 의미다. 고1은 공통 과목 위주로 이수하고, 고2부터 선택 과목을 들으면서 과목별로 수강생이 분산된다. 이 점을 고려하면 고3까지 전 과목 1등급을 유지하는 학생은 0.3~0.6%, 즉 2028 수능에 응시할 것으로 추정되는 35만명 중 1050명~2100명 수준으로 계산된다.
김 교사는 “현재 정시에서 학생부 평가를 하는 경우 반영 비율이나 점수는 미미하다. 한데 정시 합격 예측 서비스가 성행하면서 수능 성적이 엇비슷한 지원자가 몰리면서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당락이 결정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학생부 평가가 당락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수험생의 체감도도 높아졌다. 학생부 평가가 확대되는 2028 정시부터는 파급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2028 수능은 고1~2 과목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대학은 전공 공부와 연계된 과목을 제대로 이수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필 가능성이 높다. 현 고1~2가 등급만 고려해 과목을 선택했다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경고한다.
희망 계열 고려한 도전적 선택 필요
고1이라면 고교학점제에서의 과목 구조와 개별 과목의 특성부터 파악해야 한다. 고등학교 과목은 고1 때 배우는 공통 과목과 고2~3 때 배우는 선택 과목으로 나뉘는데, 선택 과목은 다시 일반선택·진로선택·융합선택으로 세분된다. 공통과 일반선택 과목은 기초, 진로선택 과목은 심화의 성격이 짙다. 융합선택 과목은 여러 교과가 융합된 주제를 다루거나 실생활과 관련 깊은 만큼 어렵지 않은 편이다. 이를 이해한 뒤 개별 과목의 특징을 파악해야 한다. 시·도교육청의 ‘선택 과목 가이드북’ 같은 선택 과목 안내서나 학교의 교육과정 박람회에서 정보를 구하면 된다. 교과서 목차를 통해 배울 내용을 가늠해볼 수 있다.
희망 진로·전공과 관련된 과목은 대학이 제공하는 자료에서 파악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주요 대학은 ‘학생부종합전형 가이드북’ ‘전공 가이드북’이나 ‘2028 계열(모집 단위)별 이수 권장 과목’ 등에서 이수 권장 또는 관련 교과와 같은 명칭으로 계열·전공별 권장 과목을 안내하고 있다.
강경진 서강대 책임입학사정관은 “서강대는 융합형 인재를 선발하기에 전공 적합성이나 계열 적합성을 강조하지 않고 권장 과목도 따로 제시하지 않는다. 자신의 성향과 진로를 고민하고, 회피하거나 안주하기보다 도전적으로 선택하고 성장한 학생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김 교사는 “원칙적으로 선택한다면 대입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