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육감 선거, 인성교육의 방향을 묻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교육감 선거에 나선 예비후보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교육감은 시·도의 교육 행정을 총괄하며 학생들의 유·초·중등 교육 전반을 책임지는 자리다. 이 시점에서 교육감 선거가 다루어야 할 핵심 의제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교육의 성과를 무엇으로 판단할 것인지, 다시 말해 ‘무엇을 길러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기존의 논의가 학업 성취와 지능지수(IQ) 같은 인지적 능력 신장에 집중되어 왔다면, 이제는 비인지적 역량, 즉 인성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헤크먼은 장기 추적 연구인 ‘페리 유치원 프로젝트’를 통해 “성공을 결정짓는 것은 인지 능력만이 아니라 사회적·정서적 능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해당 연구는 유아기에 인성교육과 사회성 훈련을 받은 집단이 성인이 되었을 때 더 높은 소득과 고용 안정성을 보였음을 확인했다.
심리학자 안젤라 더크워스 역시 “성공의 중요한 예측 변수는 재능이 아니라 그릿(grit)”이라고 지적한다. 여기서 말하는 그릿은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는 끈기와 열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특성은 단기간의 성취나 시험 성적만으로는 측정되기 어렵다.
교육의 본질 인성으로 이동
문제는 이러한 역량이 현재의 교육 환경에서 충분히 길러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암기와 성취 중심의 수업 구조에서는 학생 간 상호작용과 경험을 통한 학습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반면 봉사활동, 동아리 활동, 협동 학습 등은 관계 속에서 책임감과 협력, 자기조절 능력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제 교육 정책은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식을 전달할 것인가’에서 ‘어떤 역량을 갖춘 사람을 길러낼 것인가’로 논의의 중심을 이동시킬 필요가 있다.
인성교육은 별도의 교과를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교육 전반의 구조와 평가 방식 속에 반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사회·정서 학습(SEL)을 교육과정의 핵심 요소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감정 인식과 조절, 공감과 의사소통 능력은 학습의 기반을 이루는 요소다. 이를 지원할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전문 인력 확보가 요구된다.
둘째, 평가 체계의 전환이 필요하다. 결과 중심의 서열화된 평가에서 벗어나 협력 과정과 참여 경험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협동 학습과 프로젝트 기반 수업은 핵심적인 학습 방법으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셋째, 인성교육을 위한 교육 생태계 구축이 요구된다. 가정·학교·지역사회 간 연계를 통해 학생들이 일상에서 사회적 책임과 관계 형성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교육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공공 영역이다.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교육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교육감 선거 역시 단기적 구호나 진영 논리를 넘어 교육의 본질적 목표에 대한 논의를 중심에 둘 필요가 있다.
후보의 정책과 비전 평가할 필요
학업 성취는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개인의 삶과 사회적 성과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양한 연구가 보여주듯 비인지적 역량은 개인의 장기적 삶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친다. 교육 정책 역시 이러한 변화된 인식을 반영해야 한다. 결국 교육감 선거는 ‘어떤 학생을 길러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유권자들 또한 이 질문을 기준으로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전 서울특별시 부교육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