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주간 앞두고 국가도서관위 ‘위상 격하’
대통령 소속→국무총리 소속 변경 … “정책 위상 약화” 반발
20년 유지 체계 흔들 … 도서관계 “공백·우선순위 밀릴 우려”
도서관주간을 앞두고 국가도서관위원회의 위상 격하가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도서관법 개정안은 국가도서관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서관계는 이를 정책 위상 약화로 규정하며 반발하는 한편, 향후 정책 공백과 기능 약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장 임기가 7일로 종료된 가운데 12일부터 18일까지 도서관 주간이 열린다. 도서관법에 따르면 도서관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4월 12일을 도서관의 날로 정하며 도서관의 날부터 일주일 동안 도서관 주간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올해 도서관주간은 그 의미를 온전히 기념하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맞이하게 됐다. 3월 31일 국가도서관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도서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도서관 정책의 위상 약화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도서관계 반발에도 법안 통과 = 이번 도서관법 개정안은 국가도서관위원회의 소속을 기존 대통령에서 국무총리로 변경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담고 있다. 위원장 체계는 단일 위원장에서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이 함께 맡는 공동위원장 체제로 바뀌게 된다.
이번 도서관법 개정은 대통령 소속 위원회를 축소하고자 하는 윤석열정부 기조 아래 시작됐다. 2024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국가도서관위원회를 대통령에서 문체부 장관 소속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도서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당시 한국도서관협회(도협)를 중심으로 한 도서관계는 강하게 반발했으나 해당 내용이 유지된 채 2024년 12월 도서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문체부 장관 소속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변경된 내용으로 도서관법 개정이 진행됐다.
문체부는 국가도서관위원회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효율성 제고를 이유로 들었지만 도서관계는 이를 위상 격하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도협을 비롯한 관련 단체들은 3월 19일 연대 성명을 통해 “국가도서관위원회는 국가 도서관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 소속 변경은 정책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개정안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특히 입법 과정에서 공청회 등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며 “국민의 정보 접근권과 공공 지식 생태계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도서관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법안이 통과됐다. 다만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반대토론을 했으며 표결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반대를 했다.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장 임기가 종료된 가운데 이번 도서관법 개정안이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되도록 규정되면서 국가도서관위원회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도서관법 개정안에 국가도서관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명시한 상황에서 개정안 시행 이전까지 대통령 소속 위원회를 새로 구성할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실제 7일로 임기가 종료된 제8기 국가도서관위원회 역시 제7기 종료 이후 약 2년이 지나서야 구성된 바 있다.
◆노무현정부서 설립, 이재명정부서 격하 = 국가도서관위원회는 도서관 정책이 주무 부처인 문체부뿐 아니라 교육부 행정안전부 등 다양한 부처 간 협력과 조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2007년 설립됐다. 국가도서관위원회 설립 관련 내용을 담은 도서관법 개정 당시 10개 부처에 분산된 도서관 정책에 대한 조정 조율 기능을 강화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국무총리 혹은 문체부 장관 소속이 아니라 대통령 소속으로 의결됐다.
이후 이명박정부 등 보수 정부에서 대통령 소속 위원회 축소 등의 명분으로 소속을 변경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그러나 도서관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및 도서관계의 반대 아래 대통령 소속이 유지됐다. 이에 도서관계에서는 진보 정부인 이재명정부에서 국가도서관위원회의 소속이 격하됐다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는 모양새다.
신기남 전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장은 “문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가장 좋은 조건이 도서관 문화가 활성화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 아래 노무현정부에서 범부처 기구로 설립한 것이 국가도서관위원회”라면서 “국가도서관위원회는 20년 가까이 대통령 소속으로 도서관 정책을 이끌며 도서관문화를 확산하는 데 기여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 정부에서 위상 격하를 시도할 때도 잘 막아냈는데 진보 정부인 이재명정부에서 위상이 격하됐다는 것은 참으로 모순적이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진우 도협 회장은 “도서관은 국내 최대 공공 기반시설(인프라)로 인공지능 시대 공공성 기반의 사회 변화를 추동하는 한편 국정과제 실현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국가도서관위원회가 국무총리 소속으로 변경되면서 도서관 정책이 정부의 주요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데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체부는 국무총리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를 보다 내실 있게 운영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