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피해 ‘소비자 12만명’ 구제…금감원 분쟁조정 결정

2026-04-09 13:00:03 게재

여행·항공권 할부결제 후 이용 못해 … 카드사, 결제대금 돌려줘야

분조위 “청약철회권 행사 정당” … 분쟁금액 132억, 사적화해 진행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로 여행·항공·숙박상품을 결제하고도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소비자 12만명에 대한 구제 방안이 마련됐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이 결제대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분쟁조정 결정을 내렸으며, 이를 바탕으로 카드사와 소비자 간 사적화해가 진행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8일 회의를 열고 티메프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카드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청약철회권 행사’가 정당하다며 결제대금을 소비자에게 환급하라고 결정했다.

이번 분조위 결정은 금감원이 소비자보호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분조위 기능 활성화 방침을 정한 이후 나온 첫 사례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취임 이후 금융권의 전방위적인 소비자보호를 강조한 이후 실시한 첫 분쟁조정 사건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번 결정을 카드사와 소비자가 모두 받아들이면 법원의 판결과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금감원은 접수된 사건 가운데 대표 사례를 선정해 먼저 분쟁조정을 진행했고, 동일한 유형의 민원을 제기한 나머지 12만명은 이를 기준으로 카드사와 자율적으로 합의하게 된다. 분쟁금액은 132억2000만원 수준이다.

◆여행서비스 제공 못 받아, 청약철회권 행사 가능 = A씨는 지난 2024년 2월 티몬에 입점한 여행사가 판매한 해외여행상품(7월 출발)을 3개월 할부로 구매하고 대금을 완납했다. 여행사는 여행 출발일정이 일주일 가량 남은 상황에서 티몬으로부터 결제대금을 정산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해 예약계약의 이행을 거절했다. A씨는 티몬을 통해 결제를 취소하고 B카드사를 상대로 청약철회권을 행사했다.

할부거래법은 소비자가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7일 또는 계약서 수령 시점보다 재화 등(용역 포함)의 공급이 늦게 이뤄진 경우 재화 등을 공급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A씨의 여행계약서 수령시점(3월) 보다 여행서비스 공급시점(7월)이 늦은 경우에 해당하지만 티메프 사태로 여행사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

분조위는 “재화 등이 공급되지 않은 경우에도 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본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석과 할부거래법의 개정 취지, A씨가 청약철회에 이르게 된 특수한 사정, 대금 미정산 위험을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형평의 관점에서 부당하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재화 등이 공급되지 않은 경우 할부거래법에 따라서도 청약철회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B카드사가 A씨에게 할부금을 전액 환급하도록 결정했다.

티몬에서 항공권을 5개월 할부로 구매한 C씨도 환급을 받게 됐다. C씨는 할부금을 2회 납부했지만 잔여할부금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민원을 제기했다. D카드사를 상대로 청약철회권과 할부항변권을 행사했다.

분조위는 C씨가 구매한 항공권의 발권이 취소되는 등 재화 등을 공급받지 못했다며 D카드사에 대해 할부금을 전액 환급하도록 결정했다. 잔여할부금의 지급 거부를 위한 할부항변권 역시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시민·소비자단체 간담회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시민·소비자단체 간담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왜 카드사가 소비자 피해 구제? = 티메프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왜 카드사에서 구제를 받게 된 걸까. 이들은 한국소비자원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소비자원은 청약철회권을 인정하면서 소비자 피해금액에 대해 티몬·위메프(100%), 판매사(90%), PG사(30%)가 연대해 책임을 지도록 결정했다. 하지만 해당 결정에 판매사 106개사 중 62개사, PG사 14개사 중 10개사가 조정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조정 불성립된 소비자 중 3800여명은 소송을 제기해 현재 사건이 법원에 계류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 4월 청약철회권을 행사했음에도 환급하지 않은 대금을 티몬·위메프가 즉시 환급하도록 의결했다. 하지만 판매사와 PG사가 영세해서 배상능력이 부족하고, 위메프가 파산함에 따라 실질적인 소비자 피해구제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금감원은 한국소비자원·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과 별도로 소비자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검토했다. 이후 소비자가 일시불결제가 아닌 할부결제를 한 경우에 할부거래법을 적용해 소비자 피해를 구제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분조위를 열어 카드대금 환급 결정을 한 것이다.

금감원은 “할부거래에 있어서 카드사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티메프 사태로 인해 장기간 지속돼 온 소비자들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하고자 한 결정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이번 조정결정에 따라, 여타 여행·항공·숙박상품 등에 대해서도 금융소비자와 카드사 간의 사적화해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유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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