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비 상승, 가격 아닌 ‘편법구조’ 때문
정부, 1만5000곳 점검서 2394건 적발
매출 50% 과징금으로 수익 환수 추진
정부가 학원비 초과징수 등 불법행위에 대해 매출의 최대 50%까지 과징금을 물리기로 했다. 단순 단속을 넘어 수익 구조를 겨냥한 조치다. 점검 결과 학원비는 가격이 아니라 편법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9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학원 교습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1월부터 시·도교육청과 함께 전국 학원 1만5925곳을 점검한 결과 총 2394건의 위법 사항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교습비 초과징수 등 교습비 관련 위반이 596건에 달했다.
적발 사례를 보면 등록된 교습비를 넘어 추가 비용을 받거나, 자습시간을 교습시간에 포함해 사실상 수강료를 올리는 방식이 확인됐다. 모의고사비, 차량비, 기숙사비 등 기타 경비를 과다하게 받는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서울 송파구의 한 교습소는 등록된 금액보다 2배를 초과한 교습비를 징수하다 적발됐고, 대구 수성구의 한 학원도 기준을 넘는 교습비를 받다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처분은 고발·수사의뢰 58건, 등록말소 24건, 교습정지 69건 등으로 이어졌다. 과태료는 707건, 총 9억3000만원이 부과됐다. 교육부는 교습비 변경 미등록, 자율학습비·교재비 징수, 선행학습 유발 광고 등 351건의 의심 사례도 추가로 적발해 시·도교육청에 통보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핵심으로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학원이 초과징수 등 불법행위로 얻은 부당이득을 환수하기 위해 매출액의 최대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존 과태료 중심 제재에서 벗어나 수익 자체를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과태료 상한도 기존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된다. 신고포상금은 10만~20만원에서 100만~200만원으로 10배 인상된다. 교습비 초과징수, 교습시간 위반, 무등록 교습행위 등 주요 위반 행위에 대한 외부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과징금과 과태료 상향은 모두 학원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정부는 상반기 내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단속도 확대된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달 중 서울 강남구와 대구 수성구를 중심으로 교습비와 심야교습 합동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고발·수사 의뢰된 학원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와 함께 국세청 점검이 병행되고, 거짓·과장 광고 사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검토한다.
정부는 학원비 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1.9%로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번 점검 결과는 체감 비용과 공식 지표 사이의 차이가 구조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등록된 교습비는 통제되지만, 실제 부담은 다양한 방식으로 늘어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은 단순 단속을 넘어 사교육 시장의 수익 구조에 직접 개입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가격을 억제하는 수준을 넘어 부당이득을 환수하고 외부 감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정책 수단이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학원비 문제를 단순 가격이 아니라 구조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향후 사교육 시장 전반에 대한 추가 정책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장세풍·차염진 기자 spjang@naeil.com